SK그룹은 올해 ‘공격적 투자’, ‘신시장 개척’, ‘글로벌사업 확대’라는 3대 키워드를 통해 경기침체, 고용절벽, 저성장 고착화 등 대한민국 경제를 위협하는 3대 난제를 정면 돌파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상 최대 금액을 투자키로 하는 등 올해 공격적 경영을 펼칠 방침이다. 


◆투자 확대·인재 확보 주력

SK그룹 주력 관계사들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 확대와 인재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에 맞춰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차질 없이 실천할 예정이다. 


SK그룹 16개 주력 관계사들의 올해 총 투자규모는 17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투자실적(14조원)보다 20%(3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번 투자계획이 차질 없이 실행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특히 전체 투자규모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11조원을 국내 시설에 투자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국내 시설 투자규모가 1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SK 사옥 전경. /사진제공=SK
SK 사옥 전경. /사진제공=SK

채용 규모도 전년보다 200명 늘어난 8200명에 달한다. 지속적 채용 확대를 통해 사회 문제로 대두된 청년 실업난 해소에 일조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연초부터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투자와 채용이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다”며 “특히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수록 최고경영진은 흔들리지 말고 투자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공격적 투자의지에 힘입어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새해부터 대규모 투자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근본적 변화·혁신 추구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최대 3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화학사업과 석유개발사업분야의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지분인수 등을 추진하고 배터리공장 증설 및 배터리 분리막사업 확대 등 신사업분야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이미 충남 서산 배터리공장 4호기 증설 및 충북 증평공장 배터리 분리막 설비 10~11호 2개 라인 증설투자를 결정한 바 있으며 추가로 배터리 5~6호기 2개 라인 증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최근 뉴 ICT 생태계 구축과 이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3년간 총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년간 6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바 있다. 올해에는 7조원을 투자해 기술 중심 회사로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특히 10나노급 D램 양산과 72단 3D 낸드플래시를 성공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투자를 중점 추진하며 하반기에는 중장기 낸드플래시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제공=환경부 제공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제공=환경부 제공

SK㈜는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SK머티리얼즈(옛 OCI머티리얼즈)를 약 5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최근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사들이며 반도체 수직계열화 완성에 공을 들였다.

이외에도 M&A와 지분투자 등 전략투자에 4조9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최 회장의 최근 경영 메시지의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이다. 그는 지난해 6월 그룹 경영회의에서 변화하지 않는 기업의 서든데스를 경고한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근본적 혁신을 강조했다.

◆ICT·바이오·제약 신시장 개척

SK그룹의 사업영역 중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통한 신시장 개척이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ICT와 바이오·제약이다.

ICT 선두주자인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융합되는 뉴 ICT 생태계의 구축을 기치로 전면적 개방을 통해 산업 전반의 동반 발전을 도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SK㈜와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ICT 관계사와 협업해 역량을 결집하고 벤처와 스타트업은 물론 경쟁사에게도 협력의 문호를 전면 개방해 산업간 융합·파급효과 극대화 및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SK케미칼은 신약분야 개척의 일환으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의 유럽의약국(EMA) 시판 허가를 받았다. 이는 국내 바이오 신약 최초로 유럽연합(EU)에 진출한 쾌거다.

 

SK 넥슬렌 합작 공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 넥슬렌 합작 공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케미칼과 함께 그룹 내 제약·바이오사업의 또 다른 축인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YKP3089)은 최종 상용화되면 미국에서만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계열사의 자금 사정이 좋은 만큼 SK그룹의 공격적인 행보는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이항수 SK그룹 PR팀장은 “그룹의 모든 체질을 혁신하겠다는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정신을 바탕으로 실천과 공격적인 투자이행을 통해 장기불황으로 침체된 한국경제에 긍정적 혁신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 안팎에선 SK가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승격시키기는 등 지배체제 개편에 나설 가능성을 거론한다.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에서는 주력사인 SK하이닉스가 M&A 등을 할 때 각종 규제를 받아 사업 확대가 쉽지 않아서다.

또 지난 2월27일 전세계 해운산업 불황에 따른 선제적 위기극복 조치로 분할을 결정한 SK해운의 존속법인을 지주사 SK㈜와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최근 지분관계가 전혀 없으면서도 SK브랜드를 사용하는 느슨한 연대 형태의 지배구조를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SK 측은 “당장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총수가 직접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