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공격 당하는 순간을 포착한 CCTV 동영상 화면. /사진=뉴시스DB(더스타)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여성 2명에게 공격 당하는 순간을 포착한 CCTV 동영상 화면. /사진=뉴시스DB(더스타)
북한 정부가 국제회의 석상에서 “화학무기를 생산·보유하거나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화학무기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 정부가 국제회의 석상에서 김정남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 회의에 주제네바대표부 주용철 참사관을 보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의혹과 가정을 모두 부인한다”며 “북한은 결코 화학무기를 보유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가 화학무기 사용을 비판하며 북한의 유엔 회원국 정지를 촉구한 것에 대해 “비열하고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자신들을 지목하려는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다급하게 여론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화학무기 추정 보유량이 2500~5000t(지난해 기준)에 달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북한은 현재 전세계 190개국이 가입한 화학무기금지기구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는 북한 현 지도자의 형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며 "북한 외교관과 관용여권 소지자들이 이번 사건에 개입됐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피해자가 유엔에 의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된 화학무기이자 화학무기금지조약(CWC)을 포함한 국제규범과 결의에 의해 금지된 신경작용제 VX에 의해 살해됐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