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이사전쟁] 깐깐해진 대출, 출구는?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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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3월이지만 이사를 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춥기만 하다.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매매가 주춤한 가운데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대출한도가 줄고 금리는 높아져 오른 전셋값을 충당할 방법이 없다. 무리하게 집을 사자니 이자 걱정이 앞선다. 따라서 올 3월 새집 구하기는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머니S>가 전세와 내집 마련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솔루션과 주택자금대출 전략, 이사팁 등을 알아봤다.<편집자주>
# 결혼 3년차 최모씨(36)는 오는 4월 전세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집 주인이 전세금 8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해서다. 은행에선 이미 대출 1억원을 받은 터라 추가 대출을 받으려면 ‘원리금 분할상환’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씨가 매달 내야 하는 원금과 이자는 70만원. 대출상환 부담이 커진 최씨는 전셋값이 싼 외곽으로 이사해야 할지 고민이다.
봄 이사철, 대출을 연장하거나 추가대출을 알아보는 젊은 부부가 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전셋값에 전세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탓이다. 몇년 전만 해도 저금리로 대출해주던 금융사들이 지금은 금리를 대폭 올리고 한도를 조이는 추세다. 알뜰하게 돈을 모아 내집 마련을 꿈꾸던 신혼부부들은 높아진 은행 문턱에 좌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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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어쩌나… 자신에 맞는 정책금융상품 공략
올해 은행권의 전세대출이 크게 줄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심사를 강화하자 은행들이 차주의 소득, 대출상환능력 등 대출심사 기준을 강화한 영향이다.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 등 5대 은행의 1월 전세대출잔액은 34조5065억원으로 지난해 말 34조485억원에 비해 4580억원(1.3%) 늘었다. 전년 동기(5417억원)와 비교해 증가폭이 15% 줄었고 지난해 12월 증가액(8202억원)의 절반에 수준이다.
디딤돌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등 부동산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던 젊은 부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혼부부 지원기간인 5년을 넘으면 정책금융 혜택을 받지 못해 전세자금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까지 끌어 쓰는 가구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소득이 낮은 저신용·서민들의 경우 대출절벽으로 제2금융권 이용을 알아보는 상황이어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혼인신고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신혼부부 5만쌍의 평균부채는 4273만원, 평균소득은 5123만원이다. 소득만큼 빚이 많은 부부도 63.3%에 달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소비가 왕성한 3040세대의 경우 주택자금 대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금리인상 사이클에 접어든 상황에서 과도한 대출은 가계재무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특히 버팀목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의 까다로운 소득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경우라면 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자금보증을 이용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방법을 알아볼 것을 추천했다.
일반전세자금보증은 보증금 4억원 이하(지방 2억원 이하)인 전세계약을 맺고 5% 이상을 지급한 세대주가 이용할 수 있으며 보증료는 연 0.1~0.28%다. 보증한도는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데 2억원을 넘을 수 없으며 소득이 없더라도 최소 2500만원이 보장된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기에는 대출받아 전세를 유지하거나 집을 구입하기보다 자신의 소득과 자산, 기존대출 등 재무상태를 고려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은행에서 대출이 제한될 경우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정책금융상품을 알아보는 노력을 기울여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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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
◆잔금대출 어쩌나… 정부, 한시적 특화상품 판매
# 박모씨(51)는 분양받은 아파트 잔금납부를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기존에 빌린 주택담보대출금액이 많아 잔금(중도금)대출을 거절당했다. 다른 은행에 알아봤지만 지난해 3%대였던 금리가 5%대로 올랐다. 결국 박씨는 위약금을 물고 분양권을 포기했다.
까다로워진 대출심사에 울상짓는 것은 세입자뿐이 아니다. 분양권에 당첨된 매수자들도 중도금대출 문턱이 높아져 분양권을 포기하거나 싼값에 전세매물로 내놓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집단대출 옥죄기에 나섰다. 시중은행들은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대다수 은행들은 중도금대출을 서울 강남3구와 신도시 등 이른바 노른자 지역 위주로 제한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심사를 강화하는 중이다.
집단대출금리도 올랐다. 지난해 12월 기준 5대 은행의 집단대출 평균금리는 연 3.68%로 개인을 기준으로 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3.45%)를 웃돌았다.
은행들은 집단대출을 신청한 아파트단지의 미분양 가능성, 사업타당성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시공사의 신용도가 낮거나 아파트의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대출금 규모를 줄이고 대출금리를 올리는 식이다.
집단대출은 대출실행 5~6개월 전 대출한도와 금리조건 등이 결정되고 이후 이주 및 중도금, 잔금 날짜 등에 맞춰 대출금을 지급한다. 통상 아파트 계약자들은 분양가의 60~70%인 집단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치른 뒤 입주 때 이를 잔금대출로 전환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은행들이 잔금대출 전환을 제한해 잔금을 못 내는 수요자가 분양권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무리하게 대출받아 분양권을 산 후 잔금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입주자들이 아파트 매매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기보다는 대출이자 상승에 따른 부대비용 증가로 손실을 볼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나아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검토해 고금리로 돈을 빌리려는 수요도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DSR은 전 금융권의 대출금과 이자를 꼼꼼히 따지는 방식이어서 단순히 대출이자상환액을 살펴보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더 깐깐한 기준이다.
정부는 은행에서 잔금대출이 막힌 분양주택 입주자들에게 저금리로 잔금대출을 지원하는 ‘입주자전용 보금자리론’이나 전세대출 분할상환 시 보증료율을 낮춰주는 ‘전세자금 분할상환상품’ 등 특화상품을 판매 중이다.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입주자전용 보금자리론은 잔금대출 특성을 감안해 DTI(60~80%)를 허용한다. 금리요건은 똑같지만 DTI비율이 높아도 이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대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전세자금 분할상환상품은 전세자금 대출 시 원금의 10% 이상을 분할상환으로 선택하는 경우 상환부담을 경감해주는 상품이다. 은행과 주택도시기금의 전세자금대출 이용자 중 대출원금의 10% 이상을 분할상환하려는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보증료율은 0.1%포인트, 서울보증보험 보증료율은 0.08~0.12%포인트까지 인하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집단대출 중 잔금대출을 받으려는 입주자들이 고정금리·분할상환을 약속하면 저렴한 이자로 잔금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며 “매월 납입하는 이자 부담은 늘지만 분양권을 유지할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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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