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조용히, 오래, 잘 달리는 하이브리드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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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연비 19.5㎞/ℓ, 이산화탄소 배출량 ㎞당 83g. 숫자만 보면 소형 친환경차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겠지만 이런 기록의 주인공은 혼다의 중형 스포티세단 어코드 하이브리드다.
어코드는 혼다의 대표 차종 중 하나다. 1976년 처음 출시돼 지난 40년간 2100만대가 넘게 팔렸고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7세대 모델 출시 이후 3만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번에 시승한 어코드는 9세대 부분변경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어코드는 혼다의 대표 차종 중 하나다. 1976년 처음 출시돼 지난 40년간 2100만대가 넘게 팔렸고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7세대 모델 출시 이후 3만2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번에 시승한 어코드는 9세대 부분변경모델의 하이브리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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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 /사진제공=혼다 |
혼다는 움직이는 모든 것을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 제초기부터 이륜차, 항공기는 물론 인공지능로봇 아시모도 만들었다. 독자기술로 포뮬러원(F1)에도 참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스포츠카 제조에서도 충분한 노하우를 쌓은 회사로 꼽힌다.
하이브리드시스템도 단순히 연료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주행성능 향상에 주안점을 뒀다. 혼다는 2011년부터 ‘스포츠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을 세우고 신차 개발에 매진해 ‘NSX’라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로 꽃을 피운 바 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기술도 이 같은 노력에서 파생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조용히, 오래 잘 달린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ℓ급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을 적용했다. 2개의 모터는 각각 주행과 발전을 담당한다. 감속할 때는 2개 모터 모두 관성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에너지회생제동시스템)을 맡는다.
배기량 1993cc의 가솔린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ps, @6200rpm), 최대토크 17.8kg·m(@4000rpm)의 힘을 낸다.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 시스템출력은 215마력이며, 특히 모터의 토크는 32.1kg·m에 달해 평지에선 전기만으로도 무리없이 주행한다.
이 시스템과 맞물리는 변속기는 e-CVT다. 기어의 단수가 없는 전자제어 무단변속기여서 최대가속 시 엔진회전수(RPM)가 최고치에 고정된다. 엔진은 일단 일을 많이 하고 변속기는 주행상황에 맞춰서 기어비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라면 엔진 회전수가 오르내리는 방식이 어울릴 수 있지만 전기모터와의 조합은 CVT가 이상적이다. 주행 중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가 다시 밟으면 그 상황에 맞는 최적의 주행조건을 찾는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때도 전기모터가 수시로 개입하면서 엔진의 역할을 대신한다. 달리면서 충전한 에너지를 재활용하며 효율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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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 후측면. /사진제공=혼다 |
복합연비는 ℓ당 19.5㎞지만 서울역에서 일산 킨텍스까지 약 30㎞구간의 연비는 ℓ당 25.7㎞에 달했다. 되도록 도로의 최고 제한속도인 시속 90㎞를 유지하며 달렸을 뿐 특별히 연비운전을 고려하지 않았는데도 높은 수준의 효율을 보였다. 디젤차가 부럽지 않은 연비다.
돌아오는 길엔 조금 더 급하게 차를 몰았다. 일부러 급가속도 하고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였는데도 평균연비는 복합연비 수준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런 효율 때문인지 중형세단임에도 연료탱크용량은 50ℓ에 불과하다.
주행모드도 고를 수 있는데 버튼은 위치가 다르다. 운전대 왼쪽으로 시선을 가져가면 뒤편 패널에 나뭇잎 모양 그림이 그려진 초록색 이콘(ECON)버튼이 보인다. 이 버튼을 누르면 차가 힘을 쭉 뺀다. 효율을 우선하는 모드여서 반응이 조금씩 더디다. 따라서 이 모드를 끄는 것만으로도 가속감이 달라진다.
스포츠모드는 기어변속레버 아래 별도의 버튼을 마련했다. 이 모드에선 힘없이 앞으로 나가던 차가 순식간에 스포츠카로 성격이 바뀐다. 반응이 빨라지며 운전이 즐거워진다. 주행모드를 한 버튼으로 쓰지 않은 건 운전자의 취향을 고려해서다. 스포츠주행 상황에서도 효율을 고려하는 사람이 있을 거란 이유에서다.
핸들링도 안정적이다. 무거운 배터리를 실었지만 불필요한 움직임이 거의 없다. 뒤가 따로 움직이지 않고 재빠르게 따라붙는 편이어서 뒤뚱거리지 않아 다루기 쉽다. 섬세한 하체 세팅이 돋보인다. 진폭 감응형 댐퍼를 적용하고 NVH성능도 강화해 주행 안정성과 정숙성을 함께 향상시켰다.
특히 ANC와 ASC기능이 소음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ANC(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시스템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리에 반대되는 주파수의 소리를 출력해 실제 소음이 줄어든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장치다. ASC(액티브 사운드 컨트롤)는 엔진소음을 선형적으로 제어해 쾌적한 주행환경을 유도하는 장치다.
엔진이 꺼지면 소음과 진동이 줄어드는 대신 상대적으로 주행소음이 크게 들릴 수밖에 없고, 무거운 배터리를 실음으로써 차의 운동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하이브리드 차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하체 세팅과 진동소음성능에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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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 메인 데쉬. /사진제공=혼다 |
◆차별화한 디테일에 눈길
어코드는 전통적으로 무난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디자인을 채택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이를 바탕으로 몇가지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LED 헤드램프와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에 블루 익스텐션 렌즈를 적용해 친환경차의 느낌을 강조했다. 프론트 그릴 아래쪽엔 피아노블랙, 위엔 크롬장식이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도어 아래에 사이드 실 가드를, 트렁크엔 리어 스포일러를 추가해 한층 역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테리어도 기능과 심미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계기반은 단순한 디자인으로 주행 중에도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는 역할에 따라 2개로 구분돼 안전운행을 돕는다. 오른쪽 차로의 상황을 비춰주거나(레인와치) 주행상황을 안내하는 모니터와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용 모니터를 따로 설치한 것이 색다르다.
하이브리드 i-MMD시스템은 혼다 친환경기술의 연장선상에 있어서 기존 어코드 오너도 크게 어색함 없이 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6기통엔진을 3기통이나 4기통만 활용하면서 연료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적용된 가솔린 3.5 모델의 VCM(가변실린더제어)시스템은 i-MMD시스템과 닮았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국내 출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꽤 절묘한 타이밍에 들어왔다. 디젤 게이트가 진정되는 분위기라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났고 정부지원금과 세제혜택도 누릴 수 있다. 올해 판매목표는 1200대.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어코드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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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