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1999년 첫 걸음을 내디뎠다. 카카오는 그보다 7년 늦게 세상의 빛을 봤다. 두 기업의 태생과 성장과정은 달랐다. 네이버는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던 시대의 흐름을 타고 PC를 통해 성장했고 카카오는 스마트폰 붐을 등에 업고 체격을 키웠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갈 것으로 보였던 두 기업은 서로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두 기업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은 스마트폰 메신저에서 포문을 열었다. 2010년 3월 선보인 ‘카카오톡’은 국내시장을 점령했고 이듬해 6월 선보인 네이버 ‘라인’은 일본·중국 등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결과적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꺼지지 않은 불꽃은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다음 승부의 향방은 어찌 될까.

◆아군 확보가 최우선… 지도API

기술과 서비스의 독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던 과거와 달리 협력을 통해 아군을 늘리는 게 중요해졌다. 국내 IT업계를 이끌어가는 두 기업도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분야에서 ‘아군 확보’에 고심 중이다. 특히 지도API는 그 활용성이 광범위한 만큼 거세게 격돌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웹과 앱 지도API 무료 사용량을 하루 20만건으로 확대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 하루 20만건 이상 API를 사용한 국내기업이 7곳 정도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대다수의 사업자들에게 추가비용 없이 지도를 공개한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결정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하에 시행한 것”이라며 “개발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 결정으로 ‘다이닝코드’, ‘식신’과 같은 스타트업을 품에 안았다. API공개로 경쟁력이 높아진 셈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제공=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제공=네이버

카카오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같은달 웹과 앱 지도API 무료사용량을 기업 30만건, 개인 20만건까지 확대하면서 사실상 완전무료를 선언 했다. 개발자 플랫폼을 통해 지도API를 누구나 이용하도록 하면서 절차도 최소화했다.
여기에 12월에는 내비게이션서비스 ‘카카오내비’의 API까지 공개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포괄적인 위치기반 서비스 API를 제공하는 기업이 된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소프트웨어업체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도API 공개는 두 기업의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치킨게임이라기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며 “지도API를 둘러싼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결은 스타트업과 벤처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적 한방 필요한 동영상 콘텐츠

온라인콘텐츠는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거쳐 동영상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새로운 콘텐츠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동영상서비스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결을 피할 수 없다. 카카오는 콘텐츠분야에서, 네이버는 플랫폼에서 강점을 보인다. 동영상시장에서 격돌을 앞둔 두 기업은 각자의 강점을 날카롭게 갈아 응전 준비를 마쳤다.

카카오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익인 1조4642억원의 절반가량을 콘텐츠사업에서 벌어들였다. 지난달 출시한 통합 ‘카카오TV’에서도 콘텐츠 강점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 중인 ‘1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대도서관, 윰댕, 밴쯔, 김이브, 디바제시카 등 내로라하는 1인 방송제작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국민 앱 카카오톡과 연동 가능한 점은 타 동영상서비스에서 볼 수 없는 ‘한방’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그간 동영상 콘텐츠는 해외에 편중된 양상을 보였다”며 “통합 카카오TV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여 동영상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이정선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이정선 기자

네이버는 기술력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네이버 TV캐스트’와 ‘네이버 미디어플레이어’를 통합해 출시한 ‘네이버TV’는 운영체제의 구분 없이 스마트폰·PC웹브라우저는 물론 스마트TV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운다.

또 동영상 재생 전 화질을 선택해야 했던 방식에서 동영상 재생 중 화질을 마음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시청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방송을 설정해 사전 알람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김태옥 네이버TV 리더는 “네이버TV는 공급자 입장이 아닌 사용자 요구에 맞췄다”며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도록 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영상시장의 주도권은 확실한 한방 즉, 킬러콘텐츠의 유무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실제로 CJ E&M의 동영상서비스 ‘티빙’은 지난달 종영한 ‘도깨비’를 내세워 40만명 이상의 신규가입자를 유치했다.

◆AI, 뛰는 카카오 VS 나는 네이버

두 기업은 AI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2017년 3월 현재 AI분야에서 더 많은 명성을 확보한 쪽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 2일 ‘클로바’(Clova)를 선보였다. 네이버와 라인이 공동으로 진행한 AI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네이버·라인 AI생태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와 콘텐츠를 확보하고 한국·일본에 먼저 클로바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네이버는 프랑스 최고급 스피커업체 ‘드비알레’에 투자하고 일본 로봇개발사 ‘윈클’을 인수하는 등 AI개발에 자금을 아끼지 않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특정 서비스에 AI가 도입된 것은 사실 그다지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서비스 전반에 걸쳐 AI를 얼마나 어떻게 효율적으로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카카오도 AI판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신설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이 그 중심이다. 카카오브레인의 초기 자본금은 200억원 수준으로 네이버가 네이버랩스를 설립할 때 투자한 1200억원의 6분의1 수준이다. 하지만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수장을 맡을 정도로 열의가 남다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카카오브레인의 올해 목표는 성장방안 모색이다. 그간 AI시장에서 네이버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곁에서 지켜본 후발주자 카카오가 기반기술 강화라는 안전한 길을 선택할지, 타 업종 전환 혹은 융합 등 혁신적인 길을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