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던 대통령 탄핵 국면이 92일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한 것. 이에 따라 새로운 국가 리더십을 세우기 위한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됐다. 대통령 탄핵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인 만큼 경제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탄핵 이후 한국경제는 어디로 흘러갈까. <머니S>가 다양한 경제계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예고된 충격… 정상궤도 진입 계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예고된 충격이다. 유례가 없는 일이지만 헌재의 탄핵 선고 이틀 전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탄핵 인용’ 76.9%, ‘탄핵 기각’ 20.3%로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조사방식-유무선 자동응답 혼용, 표본오차-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탄핵 국면 내내 비슷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식과 헌법적 관점에서 충분히 예상됐던 결과다.

이렇듯 탄핵 이슈가 시장에 이미 반영된 만큼 경제 전문가들은 대통령 탄핵이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한편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기업가나 소비자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경제활동을 할 계기가 마련된 점은 긍정적 요소라고 평가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과 한국경제는 직접적 관련성이 없지만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래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만큼 혼란에 빠졌던 우리 경제가 정상궤도로 들어설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사진=뉴스1 이동원 기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은 헌재 결정과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탄핵에 따른 경제 위험관리 부분에 신경을 쓰면서 경제정책은 조기 대선 국면 등 정치적 이슈와 분리시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탄핵보다 직면한 대내외적 위기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대내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인한 생산인구감소, 가계부채 누적, 양극화 심화 등으로 민간 소비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2개월가량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조기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많이 줄어든다”면서도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때까지 정책적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계 단체들은 국가가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국경제는 현재 내수부진과 대외여건 악화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그간 정치일정에 밀려 표류했던 핵심 경제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키우는 정치적 리스크를 조속히 해소하고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야당의 우위 속에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대거 통과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앞서 야당은 지난달 임시국회에서도 재벌을 옥죄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차기 대선의 무게추가 야당 대선후보에게 쏠리면 기존에 야당이 주장하던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임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경제민주화법안이 무더기로 통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경제팀, 비상체제 돌입

한편 정부 경제팀은 국가 리더십 공백 현실화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경제 혼란 방지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오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하고 대통령 탄핵과 무관하게 흔들림 없이 업무를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탄핵인용 선고 직후 긴급 간부회의를 주관하고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전 직원이 금융시장 안정을 최종 책임진다는 각오로 맡은 바 업무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탄핵심판 이후 금융시장 상황과 경제 영향 등을 논의한 결과 탄핵결정 이후 예상치 못한 시장 충격 가능성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구상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비상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탄핵 결과가 금융권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의 대응방안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업권별로 리스크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탄핵선고 이전부터 결과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준비했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필요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