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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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가 높을수록 분산투자를 하셔야 돼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마다 투자자들이 애널리스트나 프라이빗뱅커(PB)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분산투자는 리스크를 줄이는 측면에서 이점이 많다. 하지만 항상 옳을까. 오히려 과잉분산 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과잉분산 리스크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지만 효율적 자산운용을 위해 꼭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오히려 독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분산투자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정답이며 상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별 자산에 투자할 때 보다 변동성을 낮춰 샤프비율(변동성 대비 퍼포먼스)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산투자에 대한 신뢰가 자칫 과도해지면 ‘분산을 많이 할수록 더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적정 수준 이상의 과잉분산을 통해서는 포트폴리오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비용증가로 인해 전체 수익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은 “과잉분산은 투자자 자신이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를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투자의 목적과 원칙이 불명확할 때 스스로의 불안함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높은 안정성을 추구하고 과잉분산이라는 오류로 표현된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재간접 헤지펀드 인덱스는 단일 헤지펀드 인덱스에 비해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열위를 보인다”며 “변동성 측면에서 특별한 강점을 보이지 못하는 원인이 바로 과잉분산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구조는 종목 리스크와 시장 리스크의 중첩 형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의 총 리스크는 시장 리스크와 종목 리스크가 합산된 형태를 띤다. 즉 계량적 테크닉으로 종목 리스크를 최소화하더라도 시장 전체의 체계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과잉분산 리스크는 이런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구조에 기인한다. 더 많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리스크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지만 그렇다고 증가하는 종목 수에 비례해 리스크 총량이 단조감소(monotonic decreasing)하는 것도 아니다.

포트폴리오 편입 종목 수와 총 리스크 양이 선형(linear) 관계를 형성한다는 말은 편입종목 확대를 통해 포트폴리오의 총 리스크 량을 0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실증적으로도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종목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더 이상 리스크 감소가 진행되지 않는 임계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최적 분산 규모 ‘10개’ 내외

최적 분산 규모에 대한 보편적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분산투자의 문제는 그 자체가 아니라 적정 분산의 정도를 결정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포트폴리오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분산투자 자체는 분명 상식적이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이론이다. 또한 분산투자가 기본적인 투자원칙이 돼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분산효과와 과잉분산 사이의 경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분산을 해야 할까. 분산을 많이 한다고 포트폴리오의 리스크가 계속 감소하는 건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분산투자는 오히려 포트폴리오 퍼포먼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종목 수를 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업종 포트폴리오의 경우 6~7개,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경우 10개 내외로 종목을 편입하는 것이 최적 분산과 유사하다고 조언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적정 분산 규모는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주식종목들로 간단한 실증분석을 해본 결과 대체로 10개 종목 내외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다만 되도록 종목들 간 상관계수가 낮은 이종 자산을 폭넓게 편입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효과 극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