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특수본 칼날'에 선 대기업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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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야기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에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진 것. 이에 따라 핵심인 뇌물혐의 입증을 위해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될 조짐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수사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2기(이하 특수본)는 최소한 SK·롯데·CJ그룹까지 추가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다른 대기업으로도 수사가 확대되며 재벌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수사를 피하며 한숨 돌린 대기업에 다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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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1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수본 소환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음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DB |
◆박근혜 전 대통령 변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21일 오전부터 21시간30분가량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뇌물죄·직권남용·강요 등 13개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특히 특수본은 삼성 특혜와 관련된 433억원대 뇌물혐의부문 조사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며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죄와 관련해선 특검이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원)도 문제 삼은 만큼 함께 자금을 출연한 다른 대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16개 그룹 53개 계열사가 두 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상황에서 삼성에게만 뇌물죄를 적용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지난 3월20일 박 전 대통령, 최순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뇌물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범죄혐의의 핵심은 뇌물죄”라며 “재벌총수들은 ‘정권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만 뇌물을 제공하고 각종 특혜를 얻은 사실이 속속 드러나는 만큼 뇌물범죄의 몸통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두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은 특수본이 박 전 대통령에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할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특수본 측이 우선적 수사 대상으로 거론한 SK·롯데·CJ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미 지난 3월16일 SK그룹 전현직 임원 3명(김창근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김영태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어 18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소환해 13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실시했다.
SK는 두 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고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 독대 직후에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 추가 출연을 요구받기도 했다. 추가 지원은 양측이 액수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무산됐지만 특수본은 SK의 자금 출연이 2015년 8월14일 최 회장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회장 사면을 이틀 앞두고 김창근 전 의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하늘 같은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최태원 회장을 사면시켜 준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수본은 최 회장 조사를 마무리한 다음날(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사장 등도 불러 조사했다. 롯데는 2015년 롯데타워 면세점 운영권을 상실했다가 이듬해 관세청이 대기업 3곳, 중소·중견기업 1곳에 추가 운영권을 내주며 다시 특허권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두 재단에 45억원을 출연하고 추가로 70억원을 전달했다가 롯데 오너일가 경영비리 관련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 전날 추가 지원금을 돌려받았다.
특수본은 지난 3월20일 롯데 오너일가 경영비리 혐의 관련 첫 재판이 열렸고 롯데가 사드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정부의 보복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신 회장을 직접 부르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신 회장이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직 조사를 받지 않은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2016년 광복절 특사)을 대가로 두 재단에 13억원을 출연하고 문화창조융합벨트(K-컬처밸리)사업에 1조4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삼성 제외) 나머지 기업에 대한 소환조사도 할 것”이라며 “특정인(대기업 총수)을 소환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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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8일 오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DB |
◆SK·롯데·CJ로 수사 확대
특수본은 수사 진행상황에 대해 자세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뇌물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인다. 특수본 1기, 특검 수사를 거치며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을 비롯해 다양한 물증과 관련자의 증언을 확보해서다.
특검 수사를 거치며 박 전 대통령과 삼성에 뇌물죄가 추가된 만큼 특수본이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뇌물을 준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특수본 1기 때는 기업이 권력의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는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지만 특검을 거치며 상황이 바뀌었다”며 “삼성에 집중했던 특검 수사와 비슷한 시간이 특수본에 주어지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다른 대기업에도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수사 리스트에 오른 대기업들은 여전히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강조하며 반년 가까이 이어진 수사로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호소한다.
특수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출연은 정권의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지원으로 대가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지금으로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 외에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특수본 수사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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