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헌법재판관 8인의 전원일치 판결로 탄핵이 확정되며 헌정 사상 첫 파면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로써 민간인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대통령 탄핵정국이 조기대선 정국으로 전환됐지만 아직 국내 정세는 혼돈의 연속이다. 탄핵에 승복하지 않는 일부 정치세력의 반발이 여전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 경제는 휘청거린다. 침통한 국민들은 불통으로 가득 찬 지난 정권의 적폐가 되풀이될까 염려스럽다. 쑥대밭이 된 경제상황도 암울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으로 어떻게 방향설정을 해야 국민 대통합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에게 그 해법을 들어봤다.


◆불통 리더십이 연 '국민 분통의 시대'

“전형적인 대세편승형 리더십입니다. 융통성 없고 답답하고 무겁고 딱딱하기만 하죠.”


최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같이 설명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후보를 거치는 동안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원칙을 지키는 여성상이 부각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이 같은 강인함이 불통과 융통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드러내며 결국 실패한 지도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 주도의 상황 전개가 아닌 흐름을 뒤쫓는 형태의 리더십, 즉 대세편승형 리더십을 보인 것이 박근혜 리더십의 실패 원인”이라며 “그동안 실패 부담이 덜하고 안정적인 대세편승형 리더십으로 단점을 가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족한 위기관리능력을 여실히 드러내며 답답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모든 리더십에는 양면성이 있다. 처음에는 장점이 두드러질 수 있지만 갈수록 단점이 노출되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에 따라 혼란을 줄일 수 있는데 박근혜 리더십은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정치, 즉 부작위(不作爲)의 정치를 하며 불통으로 일관했다는 것.

그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각종 사건·사고 대응능력, 국민·국회와의 소통 부재 등을 보면 박근혜 리더십이 얼마나 불통인지 확인할 수 있다”며 “대통령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분통을 금치 못했다”고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사진제공=대통령리더십연구원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사진제공=대통령리더십연구원

◆탕평인사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

불통 리더십이 촉발한 국민들의 분통은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로도 번졌다. 최 원장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이른바 4강에 포위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뚜렷한 경제정책과 외교력이 필요했지만 박근혜 리더십은 언제나 끌려다니며 방어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은 문을 걸어잠그겠다 하고 중국은 우리를 찍어 누르지만 이를 극복할 마땅한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어 지난 4년 동안 한국경제는 외풍에 쉽게 휘청였다”며 “여기에 뿌리 깊은 정경유착과 대내외 신뢰도 하락 등이 겹쳐 현재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제2의 IMF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대내외 악재가 겹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 정권에서는 철저한 탕평(蕩平)인사와 일자리 창출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위기 극복의 지름길은 혼란을 수습하고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적재적소의 인사 배치입니다. 정권 내내 각종 인사 참사를 일으키며 실패한 박근혜 리더십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짚었다. 그는 “먹고사는 것과 직결된 일자리 창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정치적 불만은 가중될 것”이라며 “탕평인사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수레바퀴가 빠르고 안전하게 맞물리게 하는 것이 위기의 한국경제를 일으키는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새 대통령 리더십 화두는 ‘통합’

그동안 대통령 탄핵정국 여파로 경제가 휘청이고 국민 분열이 가중된 상황에서 최 원장은 새 대통령이 제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로 ‘통합’을 거론했다. 다음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는 전혀 반대되는 스타일의 대통령, 즉 활발한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소통’의 부재를 겪은 국민을 위해 시대정신을 따르되 비슷한 맥락의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해 신선함을 안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최근 대선주자로 나선 후보들을 보면 너도나도 통합론을 제시하지만 아직은 총론에 불과해 국민은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통합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평가가 엇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합론을 주창할 각 후보들의 자질 역시 국민의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상 초유의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의 실망감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각 후보의 근본적인 자질, 성격, 화법, 대인관계 등 국민 신뢰도와 직결된 요소에 대해 국민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 원장은 이번 대선 준비기간이 짧지만 국민은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4년간의 시행착오, 즉 박근혜 학습효과만으로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는 “민간인 국정농단 사태를 겪은 국민은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너그럽게 지켜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초반 시행착오쯤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란 안일한 정치공학적 생각을 했다간 국민의 혹독한 질책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