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더불어 사는 세상] ‘냥줍’ 서두르면 큰일납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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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고양이는 가장 많이 사랑받는 반려동물이다. 최근에는 반려견보다 반려묘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두 동물을 키우는 방식에서 재미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반려묘는 2마리 이상을 키우는 비율이 높다. 반면 반려견은 1마리만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흥미로운 차이점은 ‘품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르는 반려견의 품종은 몰티즈·포메라니안·시츄·요크셔테리어·푸들이다. 또한 슈나우저·치와와·미니핀·페키니즈 등의 품종견이 그 뒤를 잇는다. 그렇다면 가장 많이 기르는 고양이 품종은 무엇일까. 페르시안·터키시앙고라·러시안블루·샴 등이 아니다. 1위는 압도적으로 코리안숏헤어다. 우리나라 길고양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종이다.
즉 반려견 보호자는 특정 품종을 키우고 싶다는 계획 아래 입양·분양 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반려묘 보호자는 고양이를 기르려는 계획이 없었는데 길거리에서 본 고양이가 자꾸 눈에 밟혀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일명 ‘냥줍’(고양이를 줍다)을 통해 고양이 집사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 많은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평상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던 사람들은 추운 겨울이 오고 눈이라도 많이 내리면 고양이를 자신의 품에 안고 집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길고양이, 특히 새끼고양이를 냥줍하기 전 주의할 점이 있다. 혹시 근처에 어미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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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흔히 새끼 길고양이가 혼자 울고 있으면 어미에게 버림받은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어미고양이는 24시간 새끼 옆에 붙어있지 않는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데 짧게는 몇분, 길게는 8시간 정도 된다. 24시간 이상 자리를 비웠다가 새끼에게 돌아간 경우도 있다.
따라서 혼자 있는 새끼고양이를 보고 불쌍하게 여겨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새끼와 어미를 생이별시키는 행동일 수 있다. 춥고 위험한 바깥세상에서 따뜻하고 안전한 집안으로 들어오는 게 새끼고양이에게 반드시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 준비 없이 충동적으로 새끼고양이를 데려와서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그것은 새끼고양이에게 못할 짓이다.
야생동물에게도 이런 생이별이 종종 발생한다. 고라니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시민들이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해 구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중 상당수는 어미가 먹이를 찾으러 떠난 사이 사람들이 오해해서 신고한 것이다. 황조롱이의 경우 비행훈련 초기 제대로 날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다쳤다고 판단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선의로 베푼 행동이 길고양이나 야생동물에게는 어미와의 생이별일 수도 있다는 사실. 이것을 꼭 기억하고 혼자 있는 새끼고양이를 발견하면 우선 일정 시간 동안 지켜보도록 하자.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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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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