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봄바람이 분다. 이달 들어 연일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다시 중소형주 전성시대를 여는 모습이다. 최근 코스닥 강세는 실적과 수급, 투자심리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코스닥시장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2200선에 가까워진 코스피를 내려놓고 다시 코스닥을 바구니에 담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전체가 코스닥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라고 볼 수 없다며 수급 공백으로 나타난 단기적 이슈라는 의견을 내놨다. 2015년 800선을 바라보던 코스닥의 영광스런 시절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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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의 3요소 ‘실적·수급·심리’

지난해 12월 57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닥지수가 올해 들어 600선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인다. 지난 6일 기준 코스닥지수는 630.46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저점 대비 9.76% 상승한 수준이다. 특히 연초부터 600선을 중심으로 횡보장세를 펼치다가 지난달 말부터 30포인트 가까이 뛰어오르며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대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코스닥지수를 견인한 힘은 외국인과 기관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69억원, 133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같은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각각 1205억원, 7301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박스권 상단에 근접한 코스피지수를 팔고 상대적으로 싼 코스닥지수를 사는 모양새다. 조승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해지고 대형주의 상승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 강세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 약화와 달러의 강세 전환 가능성을 고려하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와 코스닥이 유리한 투자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급등세를 지속한 가운데 코스닥은 같은 기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이 투자주체의 코스닥비중 확대를 불렀다. 신한금융투자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닥지수의 250일 이동평균선 이격도는 코스피보다 11%포인트 낮다. 지난 1년간 코스닥지수 평균상승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05년 이후 두 지수의 이격도 차이가 15%포인트를 밑돈 경우는 총 5번인데 이때 코스닥지수는 단기간에 격차를 좁혔다”며 “과거 사례로 보면 저점을 다진 후 3개월 동안 약 7%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또 전체 코스닥시장의 양호한 실적 수준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12월 결산 코스닥기업의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은 7조4467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하며 2년째 실적 규모가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38조6482억원, 4조31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보다 6.37%, 8.37% 늘었다. 특히 분석대상기업 727사 중 500사(68.78%)가 흑자를 기록하는 등 특정 기업으로의 쏠림현상 없이 전체 기업이 고르게 이익을 냈다. 부채비율도 소폭 감소하면서 재무건전성도 높아졌다. 안 애널리스트는 “2013년 이후 코스닥의 4분기 실적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 IT(정보기술)와 산업재 섹터의 선전으로 흑자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머니S톡] 코스닥에도 '봄날'은 왔을까

◆상승 추세 vs 일시적 이슈 ‘엇갈린 전망’

코스닥시장의 실적증가 추세는 코스닥의 훈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NH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의 이익추정치는 올해 들어 꾸준히 확장되는 반면 코스닥시장 대형주는 하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코스닥100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이 상승 추세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IT업종 대표주들의 이익모멘텀이 확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코스닥시장 내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높은 IT업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전체 코스닥시장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스피시장이 외국인의 매수세 둔화로 숨 고르기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는 점도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 요인이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오는 15일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이후 원화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지 스트래티지스트는 ▲시가총액 상위 업종인 제약·바이오업종의 거품이 일정 수준 빠졌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8 판매로 IT부품주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으며 ▲그동안 부진했던 홈쇼핑과 게임업종 등의 턴어라운드 기대감으로 점차 코스닥시장이 개선세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코스닥시장의 강세가 일시적인 반등일 뿐 올 1분기 실적시즌이 도래하면 다시 초대형주 위주로 시장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소형주 및 내수주, 성장주 등의 강세는 새로운 추세 형성이라기보다 일시적인 반작용이거나 ‘수급 빈집털이’ 현상”이라며 “올해도 실적모멘텀의 핵심은 이익점유율이 점차 상향되는 초대형주”라고 분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코스닥시장은 아직 개인투자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주가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기관과 외국인의 홀대가 계속된다”며 “코스닥에 투자할 때는 가급적 미래 기업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