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해 신용카드사와 합리적인 카드대출 금리 산정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불합리한 영업관행 개선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었지만 카드대출 금리는 오히려 인상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간 금리조정 횟수를 1~2회에서 4회로 늘렸기 때문인데 시중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카드대출 금리도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카드사가 카드대출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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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산정체계 객관화

카드사는 조달비용, 고객별 예상 부실비용 등의 원가에 목표이익률(마진), 조정금리 등을 더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고객의 신용등급별, 대출상품별 조정금리를 붙여 최종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지난해까지 카드사는 대출금리의 기반이 되는 기준가격을 반기 또는 연간에 한번씩 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법정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연 27.9%로 크게 인하됐고 시중금리도 하락기였지만 카드사 대출금리는 그대로라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에 대출금리 구성요소(신용업무조달·자본원가, 목표이익률, 조정금리)의 책정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금리산정방식이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8개 전업계 카드사와 이 같은 영업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카드사들이 자율적으로 대출금리 산정 운영체계를 합리화하도록 지도했다. 금리산정방식을 문서화하고 금리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한 것. 금융당국은 카드사와의 MOU를 통해 대출금리 산정체계가 객관화되고 금리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조정 기간 연 4회, 대출금리 빨리 오른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카드업계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대출금리 산정방식은 금리조정 횟수를 기존 연간 1~2회에서 4회로 변경한 것이다. 시중금리 반영주기를 짧게 해 대출금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지금처럼 금리인상기에 시중금리 반영주기가 짧아지면 오히려 고객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달금리 등의 비용이 증가하면 카드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선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은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민지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여전업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서 “지난 3월 미국의 금리인상 및 연내 두차례의 추가 인상 전망으로 인한 카드채 금리 상승과 스프레드 확대가 카드사 조달비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하고 있어 금리조정 횟수가 늘어도 금리를 쉽게 올리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카드론(단기대출)이나 현금서비스(장기대출)로 이익을 많이 낸 건 사실이지만 금리를 올려 이익을 냈다기보다 일시적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분기별 수입비율은 카드론의 경우 지난해 1분기 14.05~17.61%에서 4분기 13.15~15.22%로, 현금서비스는 같은 기간 19.45~22.07%에서 18.30~21.73%로 인하됐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중금리가 올라가면 카드대출금리도 인상될 여지가 있지만 은행의 대출과 달리 카드론의 경우 보통 고정금리로 형성돼 금리변동이 비탄력적”이라며 “단번에 금리가 인상될 것 같진 않다. 금리조정 횟수를 늘린 건 중장기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