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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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 내 자산을 '믿고 맡기는' 신탁(信託)상품이 다양해졌다.

신탁은 국내 금융 소비자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하지만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고액자산가들의 노후 준비, 상속 등의 목적으로 보편화된 방식이다.


국내에선 주로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누구나 부담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떠오르는 재테크 상품, 신탁으로 내 자산을 관리해보자.

◆가족부터 반려동물까지 꼼꼼하게 관리


KEB하나은행은 '치매안심신탁', '가족배려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을 판매 중이다. '가족배려신탁'은 본인 사망 시 가족들이 부담 없이 장례와 세금 납부, 채무 상환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보급형 상속신탁상품이다.

은행에 재산을 신탁하고 귀속 권리자를 미리 지정하면 은행은 본인 사망 시 별도의 유산 분할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귀속 권리자에게 신탁된 금전재산을 지급할 수 있다.


예치형과 월납형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예치형의 경우 계좌당 최저 500만원부터 최대 5000만원까지 가입이 가능하며 월납형은 최저 1만원부터 가능해 가입자의 부담을 덜수 있다.

'성년후견지원신탁'은 치매, 발달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로 자산 관리가 어려운 개인을 위해 은행이 재무적 후견인이 되는 상품이다. 성년후견 개시심판이나 한정후견 개시심판을 받은 이들의 재산을 맡아 대신 관리하고 매월 안정적인 생활비를 지급한다.


'치매안심신탁'은 치매 발생에 대비한 자산관리 서비스와 함께 상속까지 지원한다. 치매 환자의 재산을 보호하면서 정기적인 생활비 지급 등 가족의 재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치매 판정 후 필요한 병원비, 간병비, 생활비 등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의 '스마트 증여신탁'과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도 가입자의 사후 관리를 도와주는 신탁상품이다. 

'스마트 증여신탁'은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증여세 절감 효과가 발생하고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은 치매 발병 등으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미리 후견인을 지정하고 필요자금을 위탁·관리해준다. 

반려동물을 위한 '펫(Pet) 신탁'도 등장했다. KB국민은행의 'KB 펫(Pet) 신탁'은 고객이 은행에 미리 자금을 맡기고 본인이 사망할 경우 향후 반려동물을 돌봐줄 부양자에게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지급하는 이색 금융상품이다.

반려동물은 개와 고양이까지 적용된다. 만 19세 이상 개인을 대상으로 일시금을 맡기는 경우 200만원 이상, 월적립식인 경우에는 1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착한신탁' 상품, 점점 더 커지는 시장에 주목

수익을 못내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 신탁 상품도 등장했다. 고객의 수익률을 은행이 함께 책임지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고객 수익률과 은행 수익이 연동되는 '동고동락 신탁'을 판매중이다. 신탁 수수료를 낮추고 사전 설정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은행에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구조다.

고객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면 은행의 수수료 수취가 가능하지만 만기인 2년 이내에 목표 달성을 못할 경우 은행이 성과보수를 포기해 고객의 부담이 줄어든다.

KB국민은행은 고객수익률에 따라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달라지는 신개념 상장지수펀드(ETF)신탁 상품 '착한신탁'을 판매 중이다. 수수료 구조는 일정기간(6개월) 내 실제 투자수익률이 사전에 정한 목표수익률(3%)에 도달하면 정상 수수료가 적용되고 목표수익률에 도달하지 못하면 수수료가 절반으로 인하된다.

이처럼 신탁은 상품이 다양화해지고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의 신탁상품 운용에 자율성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할 만한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으로 규제하던 신탁업법을 개정해 시장에서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수탁재산의 범위가 확대되거나 신탁상품의 비대면 서비스를 허용하는 등 신탁시장의 자율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신탁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며 "신탁은 대체로 10~20년으로 장기간이 되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자산관리 플랜을 꼼꼼히 확인한 후 가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