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프랑스 고급 디저트' 한국서 안 먹히네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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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처럼 빠르게 먹어버린다’는 프랑스 정통 고급 디저트. 에끌레어가 ‘쁘띠첼 에끌레어’라는 이름을 달고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5월이었다. CJ제일제당은 당시 “최고의 프리미엄 디저트”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실제로 페스트리 빵 안에 슈크림을 넣고 초코렛을 얹은 에끌레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다. 프랑스 현지인, 한국 유학생 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에게 프랑스 여행 시 꼭 먹어야 할 디저트로 꼽히며 국내 마니아층도 꽤 두터운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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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첼 에클레어. /사진제공= CJ제일제당 |
◆ 80억 투자했지만…판매 ‘뚝뚝’
CJ제일제당이 생산설비와 R&D(연구개발) 등에만 약 80억원을 투자해 신제품 에끌레어를 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제품 명칭도 CJ제일제당의 인기 디저트 브랜드 ‘쁘띠첼’을 적용하고 걸그룹 IOI(아이오아이)를 모델로 발탁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CJ제일제당은 에끌레어를 선보이며 “국내 디저트시장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해 연매출 1500억원대를 올리는 메가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 기대에 부흥하듯 출시 첫달, 쁘띠첼 에끌레어는 50만개가 판매되며 월 매출 1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된 요즘 쁘띠첼 에끌레어는 단산(생산중단)설까지 들릴 정도로 판매 부진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쁘띠첼 에끌레어는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30%가량 줄었다.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 실태는 더 심각하다. A편의점에선 올 초 쁘띠첼 에끌레어 발주를 중단했고 또 다른 편의점에서는 TM상품(타깃마케팅)으로 분류돼 원하는 점포에서만 발주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일부에서는 해당 제품을 소비자가격에서 약 60% 할인해 판매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통상 발주중단은 판매량이 저조하거나 상품이 들어오지 않아서 공급을 중단시키는 경우에 이뤄진다”면서 “1년 가까이 실적이 좋지 않다 보니 업계에선 잠정적으로 생산을 중단한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매출 부진 이유로 ▲광고 홍보효과 종결 ▲치열해진 매대 경쟁 등을 꼽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IOI를 모델로 광고를 집행해 홍보효과를 봤으나 현재는 계약 기간이 끝나 광고 효과가 줄었다”면서 “냉장 베이커리 디저트시장에 편의점 PB들이 뛰어들면서 편의점에서 자체 PB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산설에 대해선 “100억원 가까이 투자한 제품인데 중단되면 회사 측에서도 마이너스가 크다”며 “취급률이 줄어 그렇게 봤을 수 있지만 차질없이 생산되고 발주도 이뤄지고 있다”고 일축했다.
CJ제일제당은 치열한 디저트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해 다음달부터 냉동으로 된 쁘띠첼 에끌레어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냉장에서 냉동으로 갈아탄다고 인기가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냉동 신제품 역시 이렇다할 성과 없이 공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애초 에끌레어 시장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소비자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고 프랑스 정통 디저트라는 사실에만 주목한 결과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것.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마카롱은 알아도 에끌레어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 인기 품목일수록 처음의 폭발적 관심에 비해 지속적인 재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대박은커녕 해외 브랜드가 1년 넘게 롱런하기도 힘들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단맛을 선호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줄을 서는 디저트전문점들이 국내에서 쓴맛을 보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슈크림에 초콜릿까지 더해 단맛이 강한 에끌레어를 1년에 2~3번 사먹는 사람은 있어도 매일 사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저트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수익이 좋은 제품군 위주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마카롱, 컵케이크, 푸딩, 젤리 등 품목이 다양해지고 식품업체뿐 아니라 편의점 등 유통업체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판매가 부진한 제품을 계속해서 미는 것보단 맛과 식감 등 그때그때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하는 것이 디저트시장에선 오히려 성공전략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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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디저트 제품. /사진제공=SPC삼립 |
◆ 너도나도 가세…뚱뚱해진 디저트 시장
한편 국내 디저트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6년 국내외 디저트 외식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외식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8조9760억원.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이는 전체 외식시장인 83조8200억원의 10.7%를 차지하는 수치다.
새로운 디저트를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CJ제일제당 뿐 아니라 여러 식품업체들이 속속 새로운 디저트를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롯데푸드는 올해 첫 아이스크림 신제품으로 라베스트 리얼브라우니샌드를 출시했고 오리온은 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와 ‘생크림치즈롤’을 내놨다. 빙그레는 자사 스테디셀러인 요플레를 디저트화하면서 다양한 맛의 제품을 출시, 관련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립식품도 냉장 디저트 시리즈인 ‘카페 스노우’를 통해 20번째 제품을 선보이는 등 매달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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