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한국 기업'으로 변신한다.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4개 핵심 계열사 분할 합병을 결의하면서 롯데는 일본계 주주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이를 통해 그동안 약속한 투명경영이 가능해지고 그룹 내 지배력도 강화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부침을 겪었던 '신동빈 체제'가 더욱 안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상호출자 고리가 새로 발생하고,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장될 분위기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 곳곳에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뉴스1 박지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 뉴스1 박지혜 기자

◆롯데제과 중심 4개사 분할 합병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주력 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4개사의 이사회를 일제히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업 분할과 합병을 결의했다. 롯데는 이날 이사회에서 4개 회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각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로 출범하는 수순이다.

롯데제과 등 4사는 오는 8월 말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합병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 안건이 확정되면 오는 10월1일 최종 합병이 이뤄지고 각 회사의 변경상장 및 재상장 심사를 거쳐 10월30일 거래가 재개된다.

4개 회사를 분할한 뒤 투자회사끼리 합병하면 ‘호텔롯데→중간지주회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투자회사 간 합병)→사업회사(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하이마트 등)’ 등으로 이어지는 지분 흐름이 구축된다.


이 같은 4개 회사 분할합병 작업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순환출자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A→B→C→A' 방식으로 꼬리를 물도록 형성한 출자 관계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수단이다.

롯데그룹은 2015년 416개였던 순환출자 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최근 67개로 줄였다. 67개 중 54개는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특히 롯데제과의 경우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푸드-롯데로지스틱스-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롯데리아-대홍기획-롯데제과’ 형태로 롯데제과에서 시작해 롯데제과로 돌아오는 무려 9개 계열사가 이어진 순환출자 구조다. 이번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순환출자 고리는 18개가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머니S토리] 롯데 지주사 개편 '마지막 퍼즐'

◆‘주식스와프’, 신규 순환출자 끊어내나

다만 분할합병 과정에서 상호출자가 새롭게 생겨난다. 4개 회사의 투자회사 합병으로 롯데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칭)가 만들어지면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를 축으로 하는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되지만 롯데홀딩스와 대홍기획 간 상호출자가 발생한다.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에 따라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인 롯데그룹은 대홍기획과 롯데홀딩스 간 상호출자 문제를 해소해야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할 수 있다.


이에 롯데 측은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각종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섣불리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대홍기획과 롯데홀딩스가 서로 보유한 지분을 바꾸는 것이다. 롯데쇼핑이 대홍기획 지분을 34% 보유하고 대홍기획은 롯데제과 지분 3.27%를 갖고 있다. 기업가치와 주식교환비율을 따져 지분을 교환해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대홍기획의 롯데제과 3.27% 지분을 사들일 것으로 점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1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간다. 효율성을 따지면 롯데는 대홍기획과 롯데제과 간 주식교환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분할합병에 이어 주식스와프 등의 절차까지 마무리되면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을 거느리는 구조로 재편된다. 지배 최상단인 호텔롯데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롯데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배구조가 구축되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 ‘호텔롯데 상장’

당초 롯데는 일본계 주주비율이 99%에 이르는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통해 일본계 지분율을 65%까지 낮춰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계획이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국사업 타격, 검찰의 롯데 비자금 수사, 신 회장 불구속기소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호텔롯데 상장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롯데는 쇼핑·식품 계열사를 묶어 별도의 지주회사부터 설립하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

호텔롯데 상장에 앞서 한국 계열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지주회사를 먼저 설립하고 이후 호텔롯데나 롯데케미칼 등 각 BU(사업부문)를 대표하는 기업들과의 합병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인 셈이다.

재계 및 증권가에서는 롯데가 호텔롯데를 분할해 지주회사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호텔롯데와 롯데알미늄이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안, 롯데지주의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를 사업·투자회사로 쪼갠 뒤 상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현재 호텔롯데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어 지주사가 출범해도 호텔롯데에 지배받는 구조여서다. 80여개 계열사 중 30곳이 넘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의 상장이 마무리돼야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는 것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최종 종착지가 지주회사임을 고려한다면 시기는 다소 불확실하지만 호텔롯데의 상장은 결국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