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은행권 '350조원 신탁전쟁'
이남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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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상장지수펀드)신탁은 ETF 도입 초기인 2006년부터 판매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신개념상품인 ‘착한신탁’을 출시해 일주일 만에 완판됐고요.” (KB국민은행)
“2010년 출시한 유언대용신탁이 금융권 최초 상속신탁입니다. 지난달 보급형으로 업그레이드해 혁신성을 입증받았습니다.” (KEB하나은행)
“동고동락신탁은 직원들이 상품기획부터 공을 들였어요. 지난해 5월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니 사실상 은행권 최초 ETF신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350조원대 신탁시장을 두고 은행간 경쟁이 뜨겁다. ‘우리가 먼저’라며 때 아닌 원조논란까지 불거졌다.
고객 사이에선 KB국민은행의 ‘착한신탁’이 일주일 만에 완판되면서 입소문이 퍼졌다. 목표수익률(3%)을 달성하지 못하면 은행이 수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혜택에 너나 할 것 없이 신탁에 가입했다.
신한은행은 수익을 못 내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동고동락신탁’을 출시해 승부수를 띄웠다. 동고동락은 2년 안에 목표수익률(4% 또는 6%)을 달성하지 못하면 고객으로부터 수익보수를 전혀 받지 않아 2주일 만에 완판됐다.
은행들의 신탁경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고령층 자산가를 중심으로 신탁상품의 니즈가 늘어난 이유도 있으나 은행들이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신탁사업에 몰두한 영향도 크다.
은행들은 최소 5억원이던 가입기준도 5000만원으로 낮췄다. 예금금리가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최대수익률이 6%에 달하는 데다 가입금액까지 낮추니 고객의 발길이 신탁에 몰렸다.
금융당국도 신탁경쟁에 불을 지핀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신탁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는 10월 안에 신탁업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신탁시장을 선점하려는 은행간 경쟁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으나 차별화된 상품이 부족한 데다 특정상품 판매에만 몰두해 불완전판매 우려가 제기된다.
“2010년 출시한 유언대용신탁이 금융권 최초 상속신탁입니다. 지난달 보급형으로 업그레이드해 혁신성을 입증받았습니다.” (KEB하나은행)
“동고동락신탁은 직원들이 상품기획부터 공을 들였어요. 지난해 5월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니 사실상 은행권 최초 ETF신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350조원대 신탁시장을 두고 은행간 경쟁이 뜨겁다. ‘우리가 먼저’라며 때 아닌 원조논란까지 불거졌다.
고객 사이에선 KB국민은행의 ‘착한신탁’이 일주일 만에 완판되면서 입소문이 퍼졌다. 목표수익률(3%)을 달성하지 못하면 은행이 수수료를 절반으로 깎아주는 혜택에 너나 할 것 없이 신탁에 가입했다.
신한은행은 수익을 못 내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동고동락신탁’을 출시해 승부수를 띄웠다. 동고동락은 2년 안에 목표수익률(4% 또는 6%)을 달성하지 못하면 고객으로부터 수익보수를 전혀 받지 않아 2주일 만에 완판됐다.
은행들의 신탁경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고령층 자산가를 중심으로 신탁상품의 니즈가 늘어난 이유도 있으나 은행들이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신탁사업에 몰두한 영향도 크다.
은행들은 최소 5억원이던 가입기준도 5000만원으로 낮췄다. 예금금리가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최대수익률이 6%에 달하는 데다 가입금액까지 낮추니 고객의 발길이 신탁에 몰렸다.
금융당국도 신탁경쟁에 불을 지핀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신탁시장 활성화를 위해 오는 10월 안에 신탁업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신탁시장을 선점하려는 은행간 경쟁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으나 차별화된 상품이 부족한 데다 특정상품 판매에만 몰두해 불완전판매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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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김인철 기자 |
◆돈 되는 신탁시장, 영업경쟁 치열
신탁은 말 그대로 고객이 금융회사를 믿고 돈이나 부동산을 맡기는 상품이다.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운용하고 관리, 처분해주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회사채와 주식, 펀드 등 투자상품을 자유롭게 넣을 수 있어 상품구성이 다양한 장점이 있다. 수익률도 높아 일석이조다.
다만 국내증시를 넘어 글로벌시장에 투자하는 등 변화무쌍한 금융환경과 마주해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지금처럼 가입 문턱을 낮추고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혜택에 마음을 뺏겨 섣불리 투자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은행들의 신탁상품이 ELT(주가연계신탁)에 쏠린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은 주가상승으로 ELT의 수익이 높지만 ELS(주가연계증권)처럼 과도한 자금이 몰리면 피해를 볼 수 있다.
특히 ELT는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만들어진 만큼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녹인 ELT의 경우 주가지수가 녹인 구간 밑으로 한번이라도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지난해 2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폭락 때 녹인 ELT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만기 시점만 놓고 보면 원금손실구간을 없앤 노녹인 ELT가 조건을 충족하기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예컨대 국민은행의 녹인 ELT는 원금손실구간인 50%만 넘기면 약정수익을 받지만 노녹인 ELT는 만기 때 평가가격인 60%를 넘겨야 한다. 경우에 따라 노녹인 ELT 투자로 더 손해를 볼 수 있다.
최근 ELT 판매를 적극 늘린 일부 은행의 내부직원 사이에서는 실적압박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노녹인 ELT를 팔다가 손실을 보면 고객과 은행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금전신탁 규모는 2013년 말 130조3149억원에서 지난해 말 185조6491억원으로 3년 만에 55조원이나 늘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에서 신탁은 ‘패밀리오피스’ 개념으로 금융회사가 개인을 넘어 사업이나 가족자산을 평생 운용한다”며 “국내 신탁시장이 성숙단계에 오르려면 단순 상품판매가 아닌 부동산과 금전신탁을 아우르는 종합재산신탁의 자산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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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상품 범람, 베끼기 논란도
은행 신탁이 이른바 미투(me too)상품에 불과한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고객의 관심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한 신탁상품 만들기에 한창이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상품의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우선판매권을 신청한 신탁은 하나도 없다. 은행연합회는 2001년부터 우선판매권 제도를 도입했으나 최대 6개월간 판매보호를 받을 뿐 법적효력이 없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금융전문가들은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신탁이 대중화되고 투자에서 관점 또한 자산관리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만드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해외대형신탁은행도 국내신탁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영업을 시작해 국내 은행들이 신탁영업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상품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3대 신탁은행인 노던트러스트컴퍼니는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서울지점 개설 인가를 받아 영업을 시작했고 미국 뱅크오브뉴욕멜런(BNY)은 올 초 종합신탁업을 인가받아 기존 금전신탁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동산 등으로 취급자산을 확대했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일본 은행들은 다양한 신탁상품을 개발하고 종합자산관리 인프라 구축, 글로벌 금융회사와 제휴 등 노력을 거듭한 끝에 신탁을 종합자산관리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은행의 대기성 자금수단에 불과한 신탁을 맞춤 자산관리로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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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의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