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 Compliance Program) 운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안으로는 리베이트 쌍벌죄(2010년), 리베이트 투아웃제(2014년), 경제적 이익 제공 시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6월 시행 예정)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규제당국의 포위망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국내 제약사의 해외진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이 반부패정책을 시행하며 윤리경영 확산이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했다. 지금까지 잘 나갔던 제약사도 이러한 시류에 뒤처지면 고꾸라지기 십상이다. 상위제약사 중 일부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며 ‘제약=리베이트’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자 CP등급 향상에 사활을 걸었다.  


◆종근당/국내 최고 AA등급

종근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CP등급평가’에서 최고등급인 ‘AA’를 획득했다. CP등급평가는 CP를 도입한 지 1년 이상 경과한 기업 중 신청한 기업을 대상으로 CP운영실적을 평가해 매년 기업별 등급을 산정하는 제도다.

종근당은 2014년 대표이사 직속 CP전담부서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사내 CP문화 정착에 나섰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선포식을 개최하고 온·오프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승진시험 시 CP문제를 출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김영주 대표를 공동자율준수관리자로 임명하고 CP담당 실무자 전원이 컴플라이언스 경영전문가(CCP) 자격을 취득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CP운영·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부터는 CP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 CP위반 임직원에 대해서는 최고 징계인 해고까지 조치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사내 CP문화 정착을 위해 다함께 노력한 결과 지난해 CP등급평가에서 국내 최고등급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CP운영 확대를 통해 올바른 기업문화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2회 연속 AA 획득

대웅제약은 공정위가 주관하는 CP등급평가에서 2014년 업계 최초로 AA등급을 획득한 데 이어 2016년에도 같은 등급을 획득했다. 


대웅제약은 2007년 CP를 도입한 이래 매년 임직원 교육 및 CP강화 선포식 등을 통해 임직원에게 CP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한 ▲CP편람 ▲윤리경영핸드북 ▲CP FAQ 가이드북 등을 제작·배포해 임직원 스스로 CP규정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외부 회계법인과 연계해 상시 공동감사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효율성, 투명성 등을 강화했다. 올해부터는 CP운영에 대해 인센티브제를 수립·확대하고 관계사 CP운영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종욱 대웅제약 부회장은 “영업과 마케팅에서 철저한 CP규정 준수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컨설팅 영업을 통해 고객가치를 향상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제약사 재도약] '자정'으로 리베이트 오명 씻는다

◆동아에스티/CEO가 직접 CP관리

동아에스티는 2007년 CP를 도입, 자율준수편람과 운영규정을 마련했다. 이어 2010년 감사실 산하에 CP팀을 별도로 꾸렸다. 2014년부터는 CP팀을 사장 직속 CP관리실로 격상하고 임원을 배치하는 등 인원을 보강했다.

현재 CP관리실은 담당 임원 1명과 CP운영팀 5명, CP지원팀 5명 등 총 11명으로 운영 중이다. 또 CP업무를 총괄하는 자율준수관리자에 최고경영자(CEO)인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고 CP관리실장을 준 자율준수관리자로 임명해 CP업무에 대한 최고경영자 직접보고체계를 구축했다.

동아에스티 측은 “CP관리실 설치·운영은 임직원의 CP준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CEO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CP관리실은 영업·마케팅 활동이 관련 법규를 준수해 진행되는지 사전검토하고 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활동은 미리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CP관리실은 영업·마케팅 담당 직원들이 활동에 대한 사전검토 요청서를 전자결재시스템을 통해 보내면 관련 규정에 부합하는지 심사해 진행 여부를 통보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체의 행위는 금지된다.

이와 함께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 대한 결과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며 현장실사 등을 통한 사후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CP관리실에서는 CP규정과 내부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와 법무법인의 유권해석 및 실제 영업현장의 궁금증을 사례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CP운영을 위해 CP준수 여부를 평가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한편 인센티브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꾸준한 CP관리로 ‘정도경영’

녹십자는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만연한 풍토 속에서 지속적으로 ‘정도경영’을 실천해왔다. 1999년 제정한 ‘녹십자 윤리강령’을 통해 일찍이 윤리경영에 앞장섰고 2007년 8월 CP를 도입한 후 전담조직을 편성해 CP관리를 강화했다.

녹십자의 주요 CP프로그램은 ▲CP자율준수서약서 ▲CP자율준수강화 선포식 ▲내부고발제보시스템 운영 ▲정기적 사업장 자율준수이행 점검 ▲CP가이드라인 제정·배포 ▲영업활동 사전 업무협의 제도 ▲클린카드(법인카드)제도 등이다.

특히 CP교육프로그램은 공정경쟁규약 등 경쟁법령의 CP준수, 공정거래법 등 경쟁법령의 변화, 리베이트 제재와 관련한 법규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반기마다 시행 중이며 매년 1회 녹십자그룹 전체 영업부문 워크숍에서도 CP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녹십자는 ‘깨끗한 기업, 투명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녹십자 관계자는 “오랜 기간 쌓아올린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며 “앞으로도 선도적 윤리경영과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관행을 위해 CP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CP를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상위제약사에선 리베이트 영업과 같은 불법관행이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바꾸기 위해선 CP를 꾸준히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