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꾸릴 틈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별도의 준비기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머니S>가 차기 정부에게 주어진 소명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모색했다. 또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 주역이지만 ‘N포 세대’라 불릴 정도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만나 청년문제의 냉엄한 현실과 해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7개월 일찍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 당선 확정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정부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사회적 대통합이다.

◆ 한국사회 갈등 ‘빨간불’… 경제손실 246조


현재 우리 사회는 이념, 세대, 노사,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많은 갈등을 안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27개국 가운데 종교 분쟁을 겪는 터키에 이어 두번째로 심각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준 수석연구원은 “사회적 갈등으로 연간 82조원에서 최대 246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역 간, 노사 간, 이념 간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고 물리적으로 표출되는 경향이 있으며 갈등의 원인 또한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민도 사회적 갈등 수준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성인남녀 2000명의 여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사회의 갈등 수준에 65.7%가 ‘매우 심하다’ 또는 ‘심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갈등 유형은 계층갈등(78.2%)이 가장 심각하다고 답했고 이어 이념갈등(74.1%), 노사갈등(68.5%), 지역갈등(58.6%), 환경갈등(51.5%), 세대갈등(48.6%)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갈등이 극에 달한 만큼 새 대통령의 중요 과제는 당연히 사회통합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원택 한국정치학회장은 ‘한국사회 내 갈등과 대한민국 통합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에 ‘사회갈등의 해소’가 매우 중요하며 이런 갈등은 지역, 이념, 계층 등의 문제가 혼재돼 해결이 쉽지 않았다”면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갈등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국민적 소통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 차기 정부 첫 인사, 통합 첫 시험대

이런 의미에서 차기 대통령이 단행하는 첫 인사는 대통합의 시험대로 꼽힌다. 국회 정당별 의석수는 5월4일 기준 더불어민주당 119명, 자유한국당 94명, 국민의당 40명, 바른정당 20명, 정의당 6명, 새누리당 1명, 무소속 20명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 국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영 논리와 당파, 지역색을 초월한 인사가 꼭 필요한 이유다. 납득할 수 없는 인사를 했다가는 야당의 반발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힘들어지고 이는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탄핵 정국으로 국론 분열이 극심했던 상황에서 국민 화합을 이루기 위한 대통합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양만열 동방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인재를 발굴할 생각은 하지 않고 측근 중심으로 기용하다가 인사 참사를 자초한 일이 많았다”며 “특정 계파 중심의 나눠먹기 인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경계하고 무엇보다 통합적 관점에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대통령 5가지 숙제] 이제는 '통합'이다

◆ 이념통합·노사간 합의 최우선… 로드맵 필요

보수와 진보의 이념통합 역시 해결해야 할 해묵은 숙제다. 특히 탄핵사태를 거치며 이념 구분에 얽매인 편가르기식 정치가 없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대통령부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념갈등은 극단적인 상호 비난과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념의 적대에서 통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회 등과의 긴밀한 소통이 전제돼야 하고 한국사회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 등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와 해석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사회적통합의 핵심인 노사통합도 노동개혁의 목표와 방향성을 전제로 노사간 민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진정한 노사통합을 위해선 노사정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노조나 취약계층 노동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득불평등으로 인한 계층갈등 역시 주요한 통합 과제다. 이른바 흙수저·금수저 계급 논란은 우리나라에 소득 양극화가 고착화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은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부의 탈법적 대물림 관리 ▲사회적 자원의 공정한 재분배 ▲약자의 몫을 약탈하는 기제 척결 등이 꼽힌다.

세대갈등, 지역갈등 등 나머지 갈등 과제들도 이해관계자의 대화와 타협 그리고 이를 이끄는 정부의 노력으로 풀어내야 한다. 특히 지역갈등은 어느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공정한 삶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평등권으로 접근해야 하고 지역통합은 이를 제도화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세대갈등의 경우에는 산업화, 정치시스템, 일상문화 등과 결부돼 다양하게 발생하는 만큼 전체를 아우르는 중장기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대가 함께 만나서 상호작용하고 접촉할 수 있는 세대통합 프로그램의 다양화, 세대간 정책이나 사회적 자원의 공평한 배분 등이 세대갈등을 통합으로 이끌어내는 방안들이다.

황여정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이 노인 세대와 함께 만나서 상호작용하고 접촉하는 기회는 제한돼 있다”면서 “학교에서 세대간 통합 교육이 체험방식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의 성패는 초기 몇달 동안 통합 의지를 얼마나 보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우선 편을 가르지 않고 모든 국민을 아우를 정권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통합의 출발점이자 정부 성공의 필요조건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