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통령 5가지 숙제] ‘혁신’이 미래다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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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꾸릴 틈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별도의 준비기간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머니S>가 차기 정부에게 주어진 소명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모색했다. 또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를 이끌 주역이지만 ‘N포 세대’라 불릴 정도로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만나 청년문제의 냉엄한 현실과 해법을 들어봤다.<편집자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통령 탄핵이 구속으로 이어지며 국민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막장드라마보다 황당한 사건들을 접했다. 이 모든 상황을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빨랐던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해석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잘 살아보자”면서 쉼 없이 달려온 결과 ‘폭풍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압축성장의 미명 아래 용납된 편법과 관행, 권력의 특권의식은 부정부패 만연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했다. 여기에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며 사회적 갈등이 격화됐다. 모두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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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마포 진로박람회’에 참석한 학생이 3D 프린팅 기술로 만든 모형총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성동훈 기자 |
◆3권혁신으로 거듭나야
차기 대통령에게 우리 국민이 가장 바라는 해결과제가 ‘부정부패 척결’(26%)이라는 설문조사(5월1일, 조사기관 엠브레인) 결과에서 볼 수 있듯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입법·사법·행정부로 나뉜 국가권력의 혁신과 함께 재벌의 관행을 타파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먼저 법을 만드는 입법부. 최근 여러 TV프로그램이 스웨덴의 청렴한 국회의원을 소재로 다뤘다. 법을 만드는 사람부터 특권의식을 내려놔야 한다는 메시지는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을 줬다. 스웨덴은 90년대 초반 극심한 경기침체로 위기를 맞았지만 권력집단부터 모범을 보인 결과 지금은 안정적인 미래성장동력을 갖춘 나라가 됐다. 그동안 금배지가 곧 권력이던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차기 정부의 혁신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의 개혁도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이에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5인의 공약에도 검찰의 수사권 분리 등 권력을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부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여러 정책을 펴는 행정부 역시 혁신이 요구된다.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날의 틀에서 벗어나 미래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존 산업의 틀에 맞춰진 정책이 ‘융합’이 기본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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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최된 ‘나노코리아 2016’ 나노융합대전.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
◆혁신성장 구조 갖추고 인재 키워야
여러 경제연구소에서도 우리나라의 혁신역량은 줄어드는 반면 노령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만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LG경제연구원은 중기적으로 수출주도 성장이 어렵다는 시각의 보고서를 펴냈다. 미국과 중국 등 세계경기를 주도하는 국가가 자국생산을 강조하는 상황인 데다 앞으로 제조업보다 서비스 중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선진국과의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맹렬한 추격도 따돌려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았다고 평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성장지표는 밝지 않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른 회원국과 비교해 외부 충격에 약하며 국가의 지속성장 수치도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80년대 1인당 평균 GDP(국내총생산)가 2932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와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 국가 평균의 차이는 1만570달러 수준이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GDP는 2만5658달러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G7과의 격차가 1만7839달러로 늘었다. 열심히 뛰며 성장을 거듭했음에도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또 다른 지표도 구조적 혁신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가의 경제·사회·환경의 조화를 고려한 우리나라의 국가지속성장종합지수는 24위(0.443)로 평가됐다. 해당 항목지수 모두가 OECD 28개국 및 주요 선진국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혁신력 부문은 OECD 28개국 중 12위에 올랐다. 특히 세부지표인 연구개발(R&D) 투자규모 수준과 PCT 국제특허출원건수, 창업환경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생산성혁신력은 OECD 28개국 중 꼴찌로 평가돼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지적됐다. 특히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 비중이 최하위여서 앞으로 역량을 키워야 할 분야로 꼽혔다. 즉 기술개발능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는 기술을 운용하는 사람이 부족한 탓으로 분석된다. 미래성장에 필수요건으로 꼽히는 인적혁신력은 OECD 평균 이하인 0.427로 19위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과 기업의 경쟁기반이 빠르게 변화할 뿐 아니라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의 창의적 인재 쟁탈전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는 정보와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만큼 이를 다루는 인재의 활용 여부에 따라 기업·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까지 좌우된다는 것.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인재경쟁력을 파악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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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자수성가형 부자 늘어야 지속성장 가능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은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는 중요한 여건”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돼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생태계의 역동성이 낮으면 자수성가형 부자가 나오기 어렵고 기업가들의 도전이 위축될 수 있다. 이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아이디어가 사업이 될 수 있도록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자수성가형 부자가 늘어나는 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힘을 모아야 지속성장엔진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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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