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엔씨소프트가 1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실적은 매출 2395억원, 영업이익 304억원, 당기순이익 1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1%)과 영업이익(-60%), 당기순이익(-74%)이 모두 줄었다. 업계 라이벌로 부상한 넷마블게임즈가 지난 12일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한국 게임사상 최대 히트작 ‘리니지’를 앞세워 게임시장을 지배했던 엔씨소프트는 다시 정상에 설수 있을까.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윤재수 엔씨소프트 부사장.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게임대장의 ‘어닝쇼크’

엔씨소프트의 ‘신화’는 1997년 시작됐다. 이듬해 8월 동명의 원작만화를 배경으로 제작된 MMORPG(다중접속온라인게임) 리니지는 출시되자마자 게임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군주·요정·기사·마법사 등으로 구성된 캐릭터는 게임속 가상공간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다. 리니지는 ‘혈맹’이라는 집단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아 누적가입자 1000만명과 누적매출 3조2000억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창립 20년이 지난 현재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8조2453억원에 이른다. 최근 넷마블게임즈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양보했지만 국내 최대 인기 온라인게임이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가지고 있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이 가치 덕분일까. 1분기 ‘어닝쇼크’에도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우려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PC기반 온라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나머지 모바일시장으로의 전환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PC게임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들 경우 엔씨소프트도 함께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란 게 그들의 주장이다.


[머니S토리] 엔씨소프트, 왕좌 탈환할까

엔씨소프트의 올해 목표 연매출은 1조원이다. 지난해 9836억원의 연매출을 상회해야 한다.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의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리니지의 힘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현상에 분분한 의견을 내놓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리니지라는 게임은 곧 엔씨소프트 그 자체”라며 “리니지의 축이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의 넷마블로 옮겨가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1분기 엔씨소프트의 매출 부진은 리니지의 영향이 크다”며 “하지만 리니지의 매출 감소는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기존 리니지 유저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결국 그 지갑은 다시 리니지M을 통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6월21일 왕의 귀환이냐, 몰락이냐

지난 16일 엔씨소프트는 2년간 공들인 리니지M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구 ‘더 라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수백명의 인원이 몰리며 리니지M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엔씨소프트 관계자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는데 기업실적·넷마블과의 관계 등 모바일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엔씨소프트의 경영방향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에 사활을 거는 건 생존을 위해서다. 중견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리니지레드나이츠’, ‘프로야구H2’ 등으로 모바일시장을 기웃거렸다”며 “올해 리니지M이라는 확실한 카드를 던지면서 모바일 강자 넷마블에 승부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니지답게 만들었고 엔씨소프트답게 서비스하겠다’는 말은 리니지M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리니지M. /사진제공=엔씨소프트
리니지M. /사진제공=엔씨소프트

리니지M은 PC기반의 리니지를 모바일 디바이스에 그대로 이식한 게임이다. 2015년 12월 김택진 대표가 ‘프로젝트 L’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 매출 1조원 돌파의 최전선에 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다.

게임업계는 ‘리니지 전쟁’으로 불리는 이 싸움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운다. 현재까지의 흐름으로는 리니지M의 승리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리니지M은 이달 14일 사전예약 400만명을 돌파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500만명을 무난하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전쟁’에서 승리하는 쪽은 엔씨소프트가 될 것”이라며 “1분기 실적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온 것 아닌가. 500억원이다. 아마 다음달 21일 리니지M이 출시되면 역대급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의 과금정책은 상당히 공격적이다”며 “팬덤(Fandom)의 지불 여력에서도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넷마블은 청소년이 주된 팬층을 이루는 반면 엔씨소프트는 30대 이상의 비교적 ‘헤비과금러’가 많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영광을 되찾는 데는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변수는 휘발성이 강한 모바일 환경에서 리니지 IP의 힘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1·2 시리즈가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쏠림현상이 심하다. 모바일시장에서 리니지M이 흔들릴 경우 경영환경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PC게임 리니지와 모바일게임 리니지M의 잠식효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성구 엔씨소프트 라이브퍼블리싱 상무는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기존 PC버전 리니지와 모바일버전으로 출시되는 리니지M의 잠식효과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언급했다.

“지구촌 한사람이라도 더 즐겁게 연결하고 세상 사람들의 삶을 즐거움으로 엮어주고 싶다”는 김택진 대표의 바람처럼 엔씨소프트가 한국게임을 이끌어갈 100년 기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