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한국판 마일트레인, '물류혁신 열차' 달린다
박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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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길이 1km 이상의 화물열차 운행이 가능해졌다. /사진=코레일 제공 |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마일트레인시대가 열린다. 지난 18일 총 길이 1.2㎞에 이르는 80칸 편성의 화물열차가 부산신항역~진례역 구간에서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앞으로 시설개선과 추가 기술개발 등 보완작업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운행을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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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중련무선제어 개념도 /자료=코레일 제공 |
◆무선제어기술 국산화 성공
지금까지 우리나라 화물열차는 1개 기관차에 최대 33개 화물칸을 연결, 수송했다. 지난 3월17일부터는 열차운행 스케줄을 조절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일부 열차에 40칸을 연결할 수 있게 됐고 지난달 17일에는 유선케이블 방식의 분산중련제어시스템을 이용해 50칸 수송에도 성공했다.
이후 한달여 만에 분산중련제어방식으로 80칸을 움직였는데 기존과 달라진 건 앞뒤 기관차를 연결하는 케이블 대신 ‘무선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이날 시험운행에서 국내최초로 선보인 ‘분산중련 무선제어시스템’은 철도물류의 수송효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기술로 꼽힌다.
이 분야에선 미국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200칸 규모의 화물열차를 운행 중이고 컨테이너박스를 2층으로 쌓아 효율이 높다. 수송화물 또한 다양해서 대량화물수송의 교과서로 불린다. 기다란 열차 운행을 지칭하는 마일트레인이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이다.
길이로는 호주가 압도적이다. 무려 628칸의 초장대열차가 광물을 실어 나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광물수송을 주로 담당한다. 무려 342칸으로 기관차는 2그룹으로 나눠 총 4대가 운영된다. 중국도 200칸 이상의 열차가 운행 중이다.
이처럼 수백 칸을 연결, 운행하려면 기관차를 적절히 배치하고 이들을 동시에 제어하는 게 핵심이다. 여러 기관차가 함께 가속과 감속함으로써 화물칸에 순차적으로 가해지는 힘을 분산하면서 기관차와 각 칸을 연결하는 커플러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는다. 이를 분산중련제어시스템이라 부르며 연결방식에 따라 유선과 무선으로 나뉜다.
코레일에 따르면 그동안 분산중련 무선제어시스템은 미국, 호주,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운용됐다. 코레일은 GE나 왑텍(Wabtec)에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하는데 해당 시스템의 국산화에 성공한 점이 고무적이다. 외국기술을 그대로 가져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못하면 교통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여러모로 독자기술개발이 갖는 의미는 크다.
해당 기술의 국산화는 코레일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이 지난 3월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급물살을 탔다. 현대로템은 분산중련 무선제어를 위한 전송정보와 제어시스템로직 설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무선제어기 및 중계기 설계와 설치, 그리고 코레일은 분산중련 무선제어를 위한 기술 정보제공과 시운전 업무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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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적재 화차 /사진=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
◆철도물류 효율성 극대화
물류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철도물류 수송분담률은 6%대다. 컨테이너 수송의 90%는 육상의 트럭이 담당하며 필요에 따라 연안의 선박도 이용한다. 트럭과 선박수송방식은 날씨 등 기후상황에 영향을 받지만 철도물류는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대량수송 시 운송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잠재력으로 꼽힌다.
코레일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화물열차 33칸 편성을 이용했는데 이번에 시험운행에 성공한 80칸 편성으로 개편되면 수송량이 2.4배 늘어난다”면서 “운영개선효과는 46% 개선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컨테이너 2단적재 화차(K-DST)도 물류효율극대화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코레일, 철도기술연구원, CJ대한통운이 손잡고 지난 4월 국내최초로 개발했다. 기존의 터널이나 전차선 등 시설물을 개량하지 않고도 운행이 가능하며 수송효율을 약 2배 높일 수 있다.
새로 개발한 2단적재 화차는 차체 높이를 기존 1100㎜에서 416㎜로 약 700㎜ 낮춘 게 특징. 이와 함께 컨테이너 높이도 조정했다. 높이 1981㎜의 로우큐브 컨테이너는 기존 컨테이너보다 높이를 600㎜쯤 낮췄지만 내수용 팔레트 화물높이인 1700㎜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코레일과 CJ대한통운 측의 설명이다.
높이가 낮아진 만큼 화물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도록 컨테이너 옆에 문을 만들었다. 2단적재 화차는 일반 컨테이너를 함께 실을 수 있어서 팔레트 화물과 일반화물을 함께 수송할 수 있으므로 효율이 높아진다.
화물 무게가 특정 바퀴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의 대차에 기존 2축에서 3개의 바퀴축이 있는 3축 대차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것도 눈에 띈다. 무게를 분산하는 방법으로 바퀴축 1개의 허용중량을 낮춘 것이다.
◆남은 과제는 인프라 확충
코레일은 이번에 선보인 새로운 기술들을 연말까지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상용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관련업계는 단기간 내 마일트레인의 국내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화물 무게가 특정 바퀴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의 대차에 기존 2축에서 3개의 바퀴축이 있는 3축 대차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것도 눈에 띈다. 무게를 분산하는 방법으로 바퀴축 1개의 허용중량을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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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열차를 국산화하려면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사진=코레일 제공 |
◆남은 과제는 인프라 확충
코레일은 이번에 선보인 새로운 기술들을 연말까지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상용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관련업계는 단기간 내 마일트레인의 국내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철도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설과 신호체계로는 최대 40칸까지만 운영할 수 있다. 따라서 80칸짜리 화물열차는 기존 인프라를 완전히 개선하지 않고서는 운행이 어렵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긴 열차가 다른 여객열차 등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운행할 수 있으면서 화물을 싣고 내려야 하는데 아직까진 그만한 공간이 없다”면서 “우리나라 철도의 폐색구간이 1㎞인데 이보다 긴 화물열차는 현실적으로 안전상 문제가 커서 운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폐색구간은 열차의 충돌·추돌사고를 막기 위해 1개 이상의 열차가 동시에 진입할 수 없도록 일정한 거리로 분할한 선로 구간이다. 또한 여객열차와 노선이 겹치면 양보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잠시 피해있을 역(또는 시설)이 없다.
길이를 무작정 늘리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은 산악지대보다 평야가 많아서 무선통신에 유리하지만 우리나라는 터널이 많아 통신장애가 일어나기 쉽다. 터널 안에서도 전파가 끊어지지 않도록 통신시설 개선작업이 수반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에 코레일 관계자는 “첨단 열차에 맞춰 기존 신호체계와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다”며 “실제 운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철도관련 분야에서 무선제어기술이 개발되는 만큼 앞으로 철도물류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국가 산업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국내물류를 고려한 연구개발이 아니라 먼 미래를 대비한 기술”이라며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연결될 경우 이 같은 첨단 철도기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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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