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하림의 '제일홀딩스 상장' 노림수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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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닥시장 대어로 꼽히는 하림그룹의 지주회사 제일홀딩스가 이달 상장한다. 하림 측은 “팬오션 인수 당시 차입한 자금을 갚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하림홀딩스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홍국 하림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김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의 경영승계에 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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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 회장.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
◆'김홍국 일가' 제일홀딩스 지분 급등
제일홀딩스는 오는 12~13일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19~20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제일홀딩스의 공모 주식 수는 전체 물량의 28.8%인 2038만1000주다.
희망공모가 밴드는 2만700원에서 2만2700원 사이로 이를 통해 제일홀딩스는 4400억원가량을 조달할 예정이다. 실제 공모가가 최상단인 2만2700원으로 정해질 경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림그룹은 제일홀딩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2015년 6월 팬오션 인수 당시 차입한 자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하림 측은 “조달자금 대부분을 남아 있는 차입금 3300억원을 갚는 데 쓸 예정”이라며 “또 복잡한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고 단순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하림그룹 지배구조는 '김홍국 회장 부부→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로 이어진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특히 제일홀딩스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으며 하림홀딩스 68.1%, 팜스코 56.3%, 팬오션 50.9%, 선진 50.0%, 하림 47.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홀딩스 역시 NS홈쇼핑 등 하림그룹 계열사 지분을 두루 갖고 있다.
김 회장은 2014년 말 제일홀딩스 지분을 7.3% 보유했는데 2015년 제일홀딩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을 8.3%까지 늘렸다. 특히 지난해 11월 제일홀딩스가 80%가량의 자사주 400만주 규모를 소각하면서 김 회장의 지분율이 크게 올랐다. 발행주식수는 100만주로 줄었지만 42만주를 보유한 김 회장의 지분율이 42%까지 급등한 것.
또한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가 지배하는 회사 한국썸벧과 올품은 제일홀딩스 지분을 각각 37.14%, 7.46% 차지하고 있다. 김준영씨는 올품의 지분 100%를, 올품은 자회사 한국썸벧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제일홀딩스는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1주를 액면가 100원의 보통주 50주로 분할해 발행주식 총수가 50배 늘었다. 김 회장의 주식이 2100만주로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자사주 소각과 주식분할까지 거친 제일홀딩스가 상장하면 김 회장이 보유한 제일홀딩스 지분가치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상장 후 희망공모가 상단(2만2700원)을 적용할 경우 김 회장이 보유한 제일홀딩스 지분가치는 4800억원에 달하고 김준영씨의 제일홀딩스 지분가치는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제일홀딩스가 2038만1000주를 신주 발행해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라 김 회장의 지분은 30%대로 희석될 전망이다. 김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93.4%에서 66%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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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정리·2세 승계 고려한 사전작업?
이처럼 김 회장이 3년간 꾸준히 제일홀딩스 지분을 확보한 것은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의 합병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 일가 지배력 강화와 2세 김준영씨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선 제일홀딩스 상장 후 이르면 내년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작업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일홀딩스 상장을 코스피가 아닌 코스닥에서 추진한 것도 이미 코스닥에 상장한 하림홀딩스와의 합병을 고려한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 일가의 제일홀딩스 지분율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이들의 의결권도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제일홀딩스가 코스닥에 상장하면 김 회장 일가는 더 많은 공모 자금을 모을 수 있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하림홀딩스와 합병하는 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제일홀딩스로 지분 68.1%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김 회장의 하림홀딩스 지분율은 0.68%에 그친다. 그러나 김 회장 일가가 제일홀딩스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앞으로 하림홀딩스와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를 합병시키면 김 회장 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견고해진다.
이 같은 시각에 하림 측은 “지배구조 정리작업은 2008년부터 진행했다”며 “제일홀딩스 자사주 소각과 액면분할 등의 작업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과정이었는데 이를 김 회장 일가 지분 확대와 2세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은 어폐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 합병 작업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두 회사 합병을 고려하는 것 역시 지주회사를 하나로 줄여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앞서 하림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상호출자채무보증 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30대 재벌 반열에 오름에 따라 내부거래 규제 등을 받게 되면서 하림은 체질개선 작업에 고삐를 바짝 죄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몸집 불리기에 신경 쓰면서 지배구조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했던 하림이 기존 4개(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농수산홀딩스∙선진지주)였던 지주회사를 2개로 줄이는 등 굉장히 분주한 모습”이라며 “아무래도 공정위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규제에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라 대기업으로 지정된 하림이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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