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톡] '김상조 호' 출범, 증시 떨고 있니?
장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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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상조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된 후 국내증시에 미칠 ‘김상조 효과’에 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벌개혁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전체 경기가 침체돼 잘나가던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취임한 후 대기업 그룹주와 지주사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인다. 우려와 달리 재벌개혁이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소액주주 운동에 긴 시간을 매진한 김 위원장의 행보가 증시에 약이 될 수 있을까.
◆재벌 지배구조 개선으로 높아지는 투명성
김상조 위원장의 재벌개혁 핵심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해 재벌의 불법 경영승계를 차단할 계획이다. 또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당이익 편취에 엄정한 대응을 할 방침이다. 아울러 위장 계열사 의혹도 조사 중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첫 칼날을 계열회사 관련 지정 자료를 미제출한 부영그룹에 들이밀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흥덕기업 등 친족이 운영하는 7개사를 부영의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이들 회사 중에는 미편입 기간이 최장 14년이나 지속된 회사도 있었다.
지난 6월19일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3월 45개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했고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은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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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박영태 기자 |
특히 김 위원장은 내정됐을 때부터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집단 중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증가하고 있어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30대 그룹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자산 총액 비중은 2012년 50.8%에서 지난해 52.7%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 비중도 53.2%에서 56.2%로 증가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새로운 법을 만들어 4대 그룹만 잡거나 재벌을 해체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처럼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에 일괄적 규제를 적용하면 상위 그룹에는 실효성이 없고 하위그룹에는 너무 엄격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중·하위 그룹을 분리해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개혁에는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경제적 약자의 피해를 막는 구상도 포함됐다. 이를 위해 대기업들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공정거래 질서 위반 행위를 엄격히 규제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시장 주체들 간 자유로운 사적 계약이 갑을관계가 되는 문제를 행위규제, 구조규제를 통해 공정한 방향으로 나가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이 소액주주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온 점에 미뤄 기업들의 소액주주 친화 행보도 시장의 관심거리다. 상법이나 스튜어드십코드와 같은 시장감시 장치가 건전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도 그의 뜻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이다.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해 소액주주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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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1일 경제민주화실현 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7가지 우선 행정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사진=뉴스1 이재명 기자 |
◆김상조 개혁 의지로 그룹사·협력사 모두 ‘好好’
증시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의 이 같은 개혁 의지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재벌개혁이 화두에 오를 때마다 반론으로 제기된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인한 경제후퇴보다 기업 투명성 제고로 주주가치가 증대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6월18일 김 위원장의 순환출자 해소 관련 발언에 현대차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14개 그룹의 9만8000개 순환출자 고리가 지금은 7개 그룹의 90개 순환출자 고리로 줄어들었다”며 “이제 순환출자가 재벌 경영권 승계에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 뿐”이라고 지목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현대차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500원(4.1%) 상승한 1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도 각각 2.97%, 2.83%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또 정몽구 현대차 총수 일가는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지분을 29.9%로 맞추며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30%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도록 만들었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기준 각각 70.4%, 79.9%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지주회사 요건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순환출자 해소 등의 재벌개혁안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주주 중심의 개편과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가 예상되는 점에서 현대차의 변화는 주가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외에도 삼성, 롯데, 동부, 금호아시아나, 효성 등도 지주회사 전환이나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배당확대, 이사회의 독립성 등이 강화될 경우 지배구조 개선 효과는 더욱 극대화 될 전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회사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자회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주회사는 여러 상장기업을 자회사로 뒀기 때문에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부당거래 방지로 납품 단가가 올라가면 대기업 협력업체의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벌개혁은 기업의 소유구조 규제보다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강화, 하도급거래업체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대기업 하도급업체의 판가, 수익성 개선 기대감이 시장 테마로 부상해 중소형주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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