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미래에셋생명 신임 대표이사./사진=미래에셋생명 제공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신임 대표이사./사진=미래에셋생명 제공

올해 가장 핫한 상반기를 보낸 생명보험사로는 미래에셋생명을 꼽을 수 있다. 지난 5월 PCA생명 흡수 선언과 함께 지난달엔 베트남 생명보험사인 프레보아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외형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장도 바뀌었다. 2011년 1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7년간 미래에셋생명의 내실경영을 책임져 온 하만덕 부회장이 PCA생명 수장으로 전격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수회사 대표가 피인수회사 대표로 부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특히 그가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을 기반으로 한 투트랙 전략으로 미래에셋생명 내실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기에 이번 인사는 더욱 놀라웠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는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 출신 김재식 부사장이다. 보험업계가 새국제회계기준(IFRS17)도입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재무통 출신인 김재식 신임 대표의 리더십이 어떤 결실을 낳을지 관심이 쏠린다.

◆변액보험 집중한 재무통 

미래에셋증권에 몸담고 있던 김 대표는 2012년 미래에셋생명으로 건너와 현재의 변액보험 상품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후 2015년 5월 부사장에 취임하며 인사, 기획, 자산운용 등 경영 전반을 책임져 왔다.


증권사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일찌감치 변액보험 메리트에 주목했다. 노후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보험업권에서 사망보험과 장기펀드를 합친 성격의 변액보험이 대세가 될 것을 미리 예견한 것이다.

그는 변액보험 수익율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2012년 김 대표가 미래에셋생명으로 건너온 후 1조원 수준이던 해외투자 비율은 4조원까지 증가했다.

또 미래에셋생명은 PCA생명과 합병 시 해외투자 비중이 57.2%로 증가한다. 현재 업계 평균 해외투자 비중은 7% 정도다. 2014년 4월 출시된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상품 'MVP펀드'는 김 대표의 해외투자 전략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달 순자산 6300억원을 돌파한 이 상품은 자산관리 전문가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점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분기별로 자산 리밸런싱(재조정)을 실시하는 등 변액보험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변액보험펀드에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이 업계 에서 유일하다.

이처럼 변액보험시장 공략에 주력한 결과 미래에셋생명은 4월 말 기준 5조9700억원의 변액보험 자산을 보유 중이다. PCA생명과 합병 시 자산은 9조9300억원으로 뛰어 4위 메트라이프생명을 제치게 된다.


[머니S토리] 김재식호 닻 올린 미래에셋생명

◆자산 늘릴 최고 적임자

IFRS17 도입과 맞물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시장공략은 또 한번 빛을 발하고 있다.

IFRS17에서는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다. 이에 대비해 보험사들은 저마다 자본 규모를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 수수료 기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상대적으로 자본확충 부담이 적다. 변액보험은 회사의 자산운용에 따라 변동되는 운용수익을 가입자에 나눠주는 형태여서 보험사의 부채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에 강점을 지닌 김 대표의 부임도 미래에셋생명 자산건전성 확충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자산운용부문에 있어 전사적 계획에 따라 자산-부채 듀레이션(시장금리가 1% 변할 때 자산·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 나타내는 민감도)차이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RBC(지급여력비율)제도 개선에 따라 보험부채 듀레이션 잔존만기 구간을 올해 12월부터 25년, 내년까지 30년으로 확대한 점도 미래에셋생명엔 호재다. 

이에 미래에셋생명은 상품 구성도 부채듀레이션 관리를 위해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정기보험 비중을 높이고 
신계약가치(VoNB)가 높은 보장성 보험 마케팅을 강화해 내재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김 대표가 PCA생명과의 통합을 완료한 뒤에도 계속해서 대표이사직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미래에셋생명은 내년 1분기 내 PCA생명과의 통합을 완료한 뒤 주주총회를 열어 통합 대표이사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이때 PCA생명 수장을 맡은 하만덕 부회장이 통합 대표이사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인물이 대표이사로 내정될 수도 있다. 김 대표의 단독 대표 체제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하만덕 부회장이 돌아올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로서는 대표 선임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