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다른 재화에 비해 ‘안전성능’이 특히 강조된다. 도로 운행 중 누구나 한번쯤은 사고를 겪기 마련인데 이때 자동차의 안전성능에 따라 탑승자와 보행자의 상해 정도가 천차만별이어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실제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내 차가 얼마나 안전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완성차 제조사는 차량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안전성 실험을 실시하고 이 결과를 마케팅에 활용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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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역할은 공신력을 가진 정부나 기관이 맡게 된다. 전통의 자동차강국들은 오래 전부터 시장에서 출시되는 신차를 구입해 안전 테스트를 실시한 후 결과를 소비자에게 알려왔다. 1979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시작한 NCAP(New Car Assessment Program)이 대표적이며 미국 외에도 유로NCAP(유럽), CNCAP(중국), JNCAP(일본), ANCAP(호주)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1999년부터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KNCAP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최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며 각국의 NCAP도 더욱 세밀하게 진행되는 추세다.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는 안전기술을 평가에 담기 위한 노력도 이뤄진다.

◆ 도로상황 고려해 변화하는 테스트


각 NCAP이 실시하는 테스트는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다. 전면과 측면에서 충돌하고 제동과 주행 전복 상황 등을 가정해 사고와 상해위험도를 평가한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테스트의 세부내용엔 차이가 있다. 차대차 사고가 교통사고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탑승자 상해감소에 집중하고 유럽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행자 안전에 높은 비중이 실리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같은 자동차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다른 평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제조사 역시 이를 고려해 각 지역의 평가 기준에 맞춰 사양을 조정하기도 한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 각 정부에서 실시하는 NCAP에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각 지역마다 교통상황과 문화가 다르다보니 획일화하기가 어렵다”며 “차량을 파손시키는 테스트다 보니 비용 상의 문제로 모든 상황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어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통상황은 달라진다. 각 NCAP에서는 이를 반영해 종종 평가기준에 변화를 준다. KNCAP에도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국토부는 지난 3일 KNCAP 테스트에 여성운전자 인체모형(더미)과 어린이 더미 테스트를 추가했다.


먼저 기존 정면 고정벽 충돌 테스트에서 기존 남성 더미 대신 여성 더미를 탑승시켰다. 여성운전자 수가 급격하게 늘었고 여성운전자의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를 토대로 내린 결정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여성 운전면허소지자는 100명당 4.9명에 불과했지만 2014년엔 100명당 47.6명으로 약 10배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운전자의 사고건수도 5600건에서 3만7000여건으로 약 6.6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어린이 더미 테스트는 부분정면충돌과 측면충돌 평가 등에서 뒷좌석에 어린이 보호용 카시트를 장착하고 6세와 10세 기준의 더미를 탑재해 상해위험을 평가한다. 유로NCAP이 앞서 시행한 제도와 유사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어린이의 경우 상대적으로 머리가 크고 목 근육이 약해 별도의 평가기준이 필요하다는 연구가 많았고 소비자의 관심도 높다”며 “소비자가 유용하게 고려할 수 있는 정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긴급자동제동시스템.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긴급자동제동시스템. /사진제공=현대모비스

◆ 능동개입 첨단 안전장치도 평가

KNCAP 테스트의 더 큰 변화는 능동개입형 첨단안전장치에 대한 평가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기존 평가는 사고가 발생하거나 급제동 등의 상황에서 운전자의 상해정도를 측정하는데 집중됐고 첨단운전자지원장치(ADAS)에 대한 평가는 ‘경고장치’에 대해서만 이뤄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으로 멈추거나 방향을 제어하는 능동개입형 장치가 대중화되며 이 기술들에 대한 평가장치들이 마련된 것이다.

추가된 평가대상은 비상자동제동장치(AEB) 3종과 최고속도제어장치 2종, 적응순항제어장치(ACC), 차로유지제어장치(LKAS) 등을 포함해 9가지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 장착이 확대되는 첨단안전장치들이다.


이중 AEB의 경우 여러 연구들을 통해 교통사고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1~2015년 삼성화재에 가입한 동일 차종 총 6만3829대에서 AEBS 장착된 차(1만1478대)와 장착되지 않은 차(5만2351대)의 사고발생률 및 부상자의 상해심도, 차량의 파손심도를 분석한 결과 AEB를 장착하면 추돌사고가 2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첨단안전장치는 장비에 따른 성능차이가 크다. 또 소비자가 이 장치의 성능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사양들이 KNCAP 테스트항목으로 추가되며 장치가 실효성 있는 작동을 하는지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추가된 9가지 첨단사양은 교통안전공단이 마련한 테스트에서 일정 기준의 성능요건을 만족시켜야 가산점을 부여받게 된다. 각 시험항목별 장치가 평가시험 대상자동차에 선택사양으로 적용된 경우 배정점수의 절반이 주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동차 제작기준에 모든 첨단장치에 대한 성능요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도 평가가 하나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자동차 제작사들이 대형 승용차뿐만 아니라 중·소형 승용차에도 첨단안전장치를 보다 많이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