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항에 도착하자 로봇이 길안내를 시작한다. 카운터로 이동하는 도중 지저분한 곳을 스스로 청소하는 로봇, 미세먼지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공기청정로봇도 보인다. 식당에서는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는가 하면 비행기 탑승구까지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한다. 이미 일부는 현실이 된 공항의 모습이다.


#2. 일본에 사는 A씨는 키우던 강아지들과 작별한 뒤 로봇강아지 5마리를 키운다. 각각 로봇마다 옷을 다르게 입히고 이름도 지었다. 애완견처럼 재롱을 떨고 주인의 행동에 반응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게다가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아도 병에 걸리거나 아프지 않고 아무데나 용변을 보지 않는 데다 다른 사람을 물 염려도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다시 일어나서는 안될 재앙이지만 전세계 로봇산업에 커다란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사고 이후 재난현장에서 극한작업을 하는 로봇에 관심이 높아졌고 2013년 미국에서 ‘다르파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DRC)까지 개최된 것. 각국 첨단로봇 기술력의 현주소를 살핀 세계인들은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에 열광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로봇의 사전적 의미는 스스로 보유한 능력으로 주어진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거나 작동하는 기계를 뜻한다. 응용분야는 목적에 따라 크게 산업용·의료용·우주용·해저용으로 분류한다. 요새는 집에서 쓰는 로봇청소기부터 산업현장에서의 협동로봇, 재난이나 심해탐사용 로봇까지 곳곳에서 로봇의 활약이 이어진다.

이처럼 로봇은 우리 생활의 일부로 녹아드는 추세다. <스타워즈> 같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로봇들이 어느덧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청소로봇이다. 충돌방지센서, 먼지감지센서, 청소 알고리즘이 핵심이다. 대형마트에서도 팔 만큼 대중화됐다.

무선조종 드론도 최근엔 자율비행이 가능한 제품이 출시됐다. 사람의 제스처에 맞춰 스스로 판단, 비행하며 촬영까지 거뜬히 해낸다. 전문적으로 조종법을 배우지 않아도 쉽게 영상촬영을 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도 로봇을 적극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연말이면 로봇 은행원이 말을 걸기도 하고 금융상품 상담을 해준다.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접목된 사례다.

로봇기술의 꽃으로 불리는 건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로봇이다. 인간을 보조하거나 의료용 로봇 등 다용도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서 우리의 삶을 바꿀 로봇기술로 꼽힌다.


휴머노이드로봇은 한·미·일 3국이 기술을 리드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로봇은 세계최초의 2족보행 휴머노이드로봇 혼다의 아시모다. 처음에는 걷기 정도만 선보였을 뿐이지만 지금은 진화를 거듭해 뛰고, 공을 차고, 한발로 서거나 계단을 오르기도 한다. 

미국은 보스톤 다이나믹스 아트라스의 로봇이 대표적인데 산길을 걸어다닐 수 있고 짐을 옮기는 일도 척척 해낸다.

우리나라에는 카이스트 휴보가 있다. 미국 DRC에서 우승하며 세계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 문제를 인식, 판단한 뒤 해결하는 능력을 갖췄다.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에 등장한 탑승형 로봇도 현실화됐다. 이 기술은 우리나라 한국미래기술의 메소드가 상당히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스위도바시중공업의 쿠라타스, 미국의 메가봇츠가 라이벌로 꼽힌다.

◆달라진 산업로봇 패러다임

지난달 27일 보쉬 연례기자간담회에서 프랑크 셰퍼스 로버트보쉬코리아 대표는 “대전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구축해 인간과 기계가 안전하게 협업하는 지능형 로봇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종합물류업체 CJ대한통운도 작업자와 협업하는 로봇과 자율주행운송로봇을 개발 중이다.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하는 국토교통부의 연구개발(R&D) 과제며 내년 상용화를 앞뒀다. 작업시간 30% 단축, 물건선별오류율 20% 감소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처럼 산업로봇의 트렌드는 ‘100% 자동화’가 아닌 ‘협동로봇’으로 바뀌었다. 무작정 인력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업무를 보완하는 서포터로 활약하는 개념이다. 작업자의 업무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일자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관련업계는 주장한다.

로봇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산업용로봇을 통한 생산자동화는 극히 한정된 작업만 가능했다. 생산라인을 자주 변경하는 등 유연한 작업을 요구하는 산업분야는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협동로봇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작업에 산업용로봇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됐고 총비용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협동로봇시장은 덴마크회사인 유니버설로봇이 50%이상을 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BMW,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콘티넨탈 등 주요 글로벌 제조사가 이 회사의 협동로봇으로 생산효율을 높인다.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유니버설로봇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기존 생산라인에 추가할 수 있고 작업자의 서포터로서 생산효율을 85%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물류현장과 산업현장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으로 매년 71%씩 성장하는 시장이며 초기비용을 줄이고 유지보수가 쉬워 보급이 늘어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로봇시장은 2015년 710억달러(한화 약 82조원)에서 2019년이면 1354억달러(약 156조7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협동로봇은 세계적으로 정착단계여서 앞으로 잠재력이 큰 분야로 평가됐다.

관련업계에서는 앞으로 로봇시장이 AI·사물인터넷(IoT)과 접목되며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의 중요성이 함께 부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로봇은 학습하며 사용자친화적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산업계에서는 생산융통성이 강조되는 만큼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관련 액세서리를 거래하는 플랫폼이 중요해지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