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매출 2000억원(지난해 국제회계기준), 시가총액 930억원 규모의 ‘한국종합기술’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1963년 설립된 국내 첫 건설엔지니어링기업이자 코스피 상장기업, 1인당 수주액 1위, 시장점유율 15%를 차지하는 건실한 회사지만 대주주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자금난으로 새 주인을 맞을 운명에 놓였다. 이달 말 본입찰을 앞두고 지금까지 호반건설과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 재무적투자자(FI) 등이 인수의향을 밝혀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바른 매각을 촉구하는 한국종합기술 노조원들. /사진제공=전국건설기업노조
바른 매각을 촉구하는 한국종합기술 노조원들. /사진제공=전국건설기업노조

◆호반건설 vs 우리사주 2파전 유력

한국종합기술은 공기업으로 설립됐다가 1994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한진중공업그룹에 인수됐다. 당시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약 110억원에 한국종합기술을 인수해 자산 2400억원짜리 회사로 키웠다.


하지만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주력계열사 한진중공업의 부실로 알짜회사인 한국종합기술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진중공업은 영업손실 633억원, 당기순손실 3260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홀딩스는 대륜이엔에스, 대륜발전, 별내에너지 등 계열사와 공장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도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자 한국종합기술까지 내놓게 됐다. 코스피시장에서 한국종합기술 주가는 지난 6일 종가기준 8460원, 시가총액은 926억원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예비입찰 결과 3곳이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됐다.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약 한달간 실시하는 실사가 끝나면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M&A시장과 건설업계에서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호반건설을 꼽는다. 호반건설은 국내 아파트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회사로 최근 활발한 M&A를 진행하며 일부 계약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호반건설이 인수한 울트라건설이 토목·교량·터널공사 등을 수행하는 업체여서 한국종합기술과의 M&A에 명분이 실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종합기술 내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소위 M&A를 가장한 먹튀인데 울트라건설과는 사업분야가 겹쳐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최근 SK증권 인수도 추진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입찰 참여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인수 의지가 강하지만 자금이 문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겠지만 경쟁자인 호반건설에 비해 자금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만일 우리사주가 회사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상장기업 중 최초로 종업원지주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인수에 참여한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 1200명 중 약 920명이다.


◆‘먹튀’ 불안한 우리사주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FI의 인수다. 한국종합기술은 2010년 이후 연간 5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정도로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고 1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을 쌓은 상태다. 또한 서울 강남과 강동의 건물·토지 등을 보유해 자금 회수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한국종합기술의 부동산자산은 시가 기준으로 600억원에 달한다. 수익과 자산의 안정성 면에서 투자가치가 매우 높은 것.


김영수 한국종합기술 노조위원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M&A가 채권단의 이익에만 치중한 나머지 매각된 기업은 인적 구조조정이나 약탈적 기업사냥꾼에 의해 존립에 위협을 받았다”고 우려했다.

실제 건설업계 M&A 중 삼안과 서영엔지니어링은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삼안은 2011년 대주주 프라임그룹의 부실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최근까지 구조조정과 임금체불 등에 시달렸다. 서영엔지니어링도 2015년 개인에게 매각된 지 1년 만에 부채비율이 183%에서 480%로 급등하고 지난해 현금보유액이 150억원에서 8억원으로 감소하며 경영진이 법정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사진=머니투데이 DB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사진=머니투데이 DB

◆매각가 1000억원대 거론

시장에서는 최근 한국종합기술의 주가 상승 등을 근거로 고가매각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내부에서 1000억원대가 거론되지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이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대상 지분의 가치는 한진중공업홀딩스가 보유한 65.05% 기준 약 780억원이다. 매각이 본격화된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지분가치가 390억원 이상 올랐다.

한국종합기술 노조는 지난 4일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매각과정의 공개와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약 250명의 노조원이 집회에 참여해 대주주의 자금 회수뿐 아니라 한국종합기술의 발전과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이번 M&A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동부제철 등의 부실매각 사태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며 “건설엔지니어링사업은 공공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단순히 과실에만 눈독을 들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6호(2017년 7월12~1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