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가 또다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완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이 벌써 3번째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9개월째 비자카드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조차 착수하지 못한 실정이다. 비자카드가 한국 소비자와 공공기관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드업계에선 공정위에 불만을 터뜨린다. 공정위의 역할이 강화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자료요청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8개 전업계 신용카드사는 지난해 10월 말 비자카드가 해외이용수수료 인상을 일방 통보한 것과 관련 불공정거래에 해당된다며 비자카드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해외이용수수료는 국내 비자브랜드 사용자가 해외가맹점에서 결제 시 비자카드에 내는 수수료로 비자카드는 종전 1.0%의 수수료율을 올 초 1.1%로 인상했다. (본지 7월1일자 '[단독] 8개월간 공정위 뭉갠 비자카드' 참조)

/자료사진=머니S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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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공정위와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자(VISA) 아시아·태평양지사는 지난 5일 또다시 공정위에 불완전 자료를 제출했다. 이는 국내 카드사가 제소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해 공정위가 비자 아태지사에 요구한 해명자료다.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모두 받아야 제소 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비자 아태지사로부터 세차례 자료를 받았지만 공식 요구서류와 달라 계속해서 재요청한 상태다.


공정위가 비자코리아가 아닌 아태지사에 자료를 요청한 이유는 아시아태평양지역(아시아·오세아니아) 국가의 해외이용수수료 결정을 비자 아태지사가 맡고 있어서다.

이처럼 비자카드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기관 요구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자 미국의 글로벌기업이 한국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1년 가까이 답보상태인데 카드업계로선 답답한 면이 있다”며 “(비자카드가) 9개월째 제소건 서류조차 제공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소비자보호제도가 잘 구비된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단체로 제소하면 (비자카드의) 시정조치가 빠를 것”이라며 “해외고객인 우리나라에서 제소된 건은 국제적 절차를 거치다 보니 미국에서 만큼 비자카드가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공정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현재 해외이용수수료 인상분을 카드사가 내는데 앞으로 국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공정위가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도 “최근 공정위의 역할이 강조되는 만큼 단순 민원으로 생각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국내 금융실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비자 아태지사가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서류제출을 지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비자 아태지사가 지난 5일 자료를 제출했지만 완비된 상태가 아니었다"며 "(공정위가 비자 아태지사에 자료 제출을) 재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이용실적은 지난해 1분기 기준 비자카드 54.0%, 마스터카드 35.4%, 아멕스 4.8%다. 해외에서 결제한 국내 신용카드 이용자 중 54%가 비자카드를 사용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1위 사업자가 전체 매출의 50%, 상위 1~3위 사업자가 75%를 차지하면 해당 사업자의 독점지위가 인정되며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