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장기채시장에 훈풍이 분다. 미국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채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채권시장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는 추세다. 외화(미국) 표시 채권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대신 원화(한국) 표시 장기국공채가 떠오르는 등 최근까지 이어지는 초장기물의 이례적인 강세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국내장기채, 미국 금리인상에 ‘강세’

해외장기채의 투자여건이 과거보다 불리해지고 대체관계에 있는 국내장기채로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몰리면서 국내채권시장이 오랜만에 활력을 되찾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가 오르고 채권금리 역시 이 영향으로 상승한다. 그러나 채권금리와 채권가격은 역관계라 금리인상기에 채권가격은 하락한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의 채권 매도가 증가한다.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외화채권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내장기채가 대안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채권시장이 올 들어 강세국면을 이어가면서 키운 장기금리의 하락폭은 장기채 가격 상승으로 인한 높은 수익률 달성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국고채3년물금리는 지난 5월 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한 반면 국고10년물과 30년물의 금리는 각각 0.08%포인트, 0.13%포인트 하락했다. 장기채금리와 역관계인 장기채의 가격은 당연히 상승했다.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날에도 10년물과 20년물의 채권금리는 이례적으로 하락했다. 이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인 지난 6월15일에도 10년물은 0.04%포인트 떨어졌고 20년물은 0.05%포인트 밀렸다. 30년물은 0.06%포인트 떨어지는 등 더 큰 폭으로 하락해 수익률 강세흐름이 두드러졌다. 이는 반기 말을 앞둔 보험사의 매수에 연기금이 가세하면서 초장기물 강세를 견인했고 초장기물 대차잔고가 줄어들면서 일부 장기채 쇼트포지션에 대한 손절이 출회된 것으로 분석된다.


[머니S토리] 미국 금리인상에 떠오르는 '초장기채'

특히 미국 금리인상으로 해외채권의 투자 메리트가 사라지면서 원화 초장기채 순매수가 빠르게 증가했고 그 중에서도 보험사의 10년 초과 원화채권 순매수 규모가 빠르게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1~3월 중 보험사의 10년 초과 원화채권 순매수는 월평균 2조원대에 머물렀으나 4~6월 중에는 3조~4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연기금 역시 불리해진 해외투자 상황의 영향을 받으므로 원화 장기채 매수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장기채금리 상승을 예상해 지난 1분기 장기채 투자를 지연시켰던 부분도 더해지면서 최근 장기투자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금리스와프(IRS)금리는 상승하고 통화스와프(CRS)금리는 하락하면서 환헤지 비용 증가가 고착화됐다”며 “한미 장기금리 격차도 줄어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면 현재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외채권의 대안으로 국내장기채가 떠오른 결정적 이유는 환헤지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기관투자자 입장에서 해외채권에 투자하면 1년 환헤지 시 비용이 발생하는데 미국 장기채금리가 한국보다 높지 않다면 미국 장기채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은 원화채권 순매수의 80% 이상을 초장기물로 담으며 듀레이션(만기) 확대를 준비해왔다”며 “지난해의 경우 초장기채의 50% 이상을 해외채권으로 채웠지만 올해는 해외투자가 여의치 않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원화채권 투자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기, 장기채펀드 투자 ‘적기’


만기가 긴 국공채와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장기채가 해외채권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장기채펀드가 적절한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장기채펀드는 펀드자산의 대부분을 5년 이상의 만기가 긴 국공채와 우량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채권금리 상승 시 채권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듀레이션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유는 채권 투자금을 빨리 회수해 재투자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와 같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형성됐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았던 한국의 기준금리가 같아지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단기채금리가 하락폭이 제한적인 반면 원화 장기채금리는 더욱 내려가는 상황이라 현 시점에서는 장기채펀드가 투자에 유리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연초 이후 자금이 몰린 단기채펀드에 비해 장기채펀드가 압도적인 수익률을 거두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기관투자자가 원화채권의 비중을 늘리는 점도 개인투자자가 장기채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라 눈여겨볼 만하다. 아울러 증시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 등의 이벤트로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장기채 혼합형펀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처럼 국내증시까지 호황을 보이는 상황이라면 장기채 혼합형펀드도 괜찮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채권형펀드 중 장기채펀드의 인기가 꾸준한 점도 지금의 호재와 잘 맞아 떨어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장기채펀드는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가 주로 투자했던 상품”이라며 “최근에는 전체 펀드 자산 중 개인자금이 절반 이상 들어간 상품도 등장하는 등 일반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