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사냥꾼 무더기 검거… 피해자 145명에게 수십억원 빼돌려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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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사냥꾼. /자료사진=뉴시스 |
폐업 직전의 중·대형 마트를 인수해 단기 매출로 권리금을 부풀린 뒤 계약금·물품대금 등을 갚지 않고 바지사장에게 명의를 넘겨 부도 처리한 후 수십억원을 빼돌린 이른바 '마트 사냥꾼'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주요 총책 A씨(54)를 구속하고 사기·업무방해 등 혐의로 다른 총책 B씨(51), 어음발행책 C씨(59), D씨(62) 등 3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나머지 총책 2명과 범행에 가담한 69명도 불구속 입건해 총 75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총책들은 2013년부터 경기도 일대 부실 마트를 계약금 일부만 지불하고 인수, 할인행사를 통해 단기간 매출을 올려 권리금을 부풀린 뒤 바지사장에게 마트 명의를 이전했다. 이후 사실상 부실 마트를 팔겠다고 계약했다가 비싼 권리금만 받고 부도내는 수법으로 물품대금 25억원, 보증금 4억원, 매매대금 49억원 등 총 78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마트 소개꾼을 통해 부실 마트를 파악·접근해 인수한 뒤 3개월에서 1년간 할인행사를 하며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마트처럼 위장해 영세 납품업자들에게 외상으로 납품받았다. 대기업 납품업체는 통상 외상 거래 시 보증보험증권을 발행받아 납품하지만 영세 납품업체는 보증보험증권 없이도 외상 거래가 가능한 점을 노렸다.
아울러 물품대금을 지불하겠다며 자신들이 설립한 유령회사 명의의 어음을 납품업체에 지급하고 도난신고해 납품업체 운영자가 돈을 찾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마트 사냥꾼들은 보통 부실 마트는 권리금이 없음에도 할인행사를 통해 권리금을 2억7000여만원까지 올린 뒤 마트를 넘겼으나 마트를 팔기 전 바지사장에게 명의를 이전해 부도 처리했기 때문에 계약금, 납품대금, 권리금 등을 모두 챙겨 나올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마트 사냥꾼들이 앞세운 바지사장을 실제 운영자로 알고 민·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제기된 소송만 형사 14건, 민사 13건이지만 형사소송은 모두 무혐의로 결론났으며 민사소송은 소송의 장기화로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만 약 145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바지사장들은 노숙자, 장애인, 카지노 빚이 있는 사람들로 마트 사냥꾼들에게 월 200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마트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기 전과가 18차례 있었으며 대부분의 범행 가담자도 수차례 사기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총책들은 과거 수년간 마트를 운영해 업계 상황을 잘 알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마트 사냥꾼들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임차인과 임대인 간 계약서 없이 동업계약서만 가지고도 사업자등록증과 사업자 통장을 발급받을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을 노렸다"며 "바지사장 여러명을 세워놓고 민·형사상 소송으로 인해 바지사장 1명의 통장이 압류돼도 다른 바지사장을 통해 마트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세 납품업자들이 보험보증증권 없이도 외상해주던 점도 피해를 키웠다"며 "납품계약 시 의무적으로 보증증권을 발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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