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준비된 미래인가] 산업계 엇갈린 반응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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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중단을 시작으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행보가 닻을 올리면서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린다.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던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기업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정부의 탈원전 행보가 업계의 저변 확대의 시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 탈원전 행보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한 결정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건설업계는 골치가 아프다. 전체 사업에서 원전 시공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만 신규 사업 추진의 길이 막혀 먹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지금은 추이를 관망 중이지만 이미 진행 중인 사업에서 강제로 발을 빼야 하는 상황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탈원전 행보가 불러온 각 업계의 반응은 이처럼 판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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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탈원전 약속 실현을 촉구하는 시민들. /사진=뉴시스 DB |
◆신재생에너지업계 “사업 확대 길 열렸다”
“국내 태양광에너지시장 규모가 작고 수익도 안 났는데 이제 길이 열렸네요.” A태양광에너지기업 관계자
“이번 기회에 친환경에너지인 풍력발전의 저변이 확대되면 좋겠어요.” B풍력발전기업 관계자
이처럼 신재생에너지기업은 정부의 탈원전 행보를 반긴다. 국내시장에서의 부진을 반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보여서다.
정부의 탈원전 행보로 신재생에너지사업은 현재 전력 생산에서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원전사업을 대체할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원전과 달리 안정성이 보장되고 에너지를 무한히 생산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들의 기대감이 증폭된 만큼 정부의 시나리오도 구체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에서 원자력을 30%에서 18%, 석탄을 38%에서 25%로 줄이는 반면 가스는 20%에서 37%, 신재생에너지는 5%에서 20%로 늘릴 계획이다.
관련 발전설비도 2030년까지 태양광 37GW, 해상풍력 13GW, 육상풍력 3GW 등 총 53GW로 확충할 방침이다. 풍력만 따져도 3MW 풍력발전기 기준 5300개, 5MW 모델로는 3200개를 설치해야 하는 대규모 공사라 관련 기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신재생에너지기업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사업은 국내에서 고전했고 외국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컸다”며 “정부의 탈원전 행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가 확실한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시장 규모를 확대할 길이 열려 숨통이 트였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내수 경쟁력이 확대되면 자연스레 대외 경쟁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사업은 시대 변화에 부응할 사업이므로 적극적인 지원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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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중단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현장. /사진=뉴스1 DB |
◆건설업계 ‘당혹’… “추이 지켜볼 것”
“기업은 정부 기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당장 하던 사업을 접으라니 당혹스럽네요.” C건설사 관계자
“전체 사업에서 그리 큰 비중은 아니지만 갑자기 먹거리가 없어지는데 달갑지는 않죠.” D건설사 관계자
정부의 탈원전 행보로 원전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해야하는 데다 먹거리를 강제로 포기해야 해서다. 그렇다고 정부 추진 사업에 반기를 들기도 쉽지 않다.
원전 시공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관련 문의를 많이 받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대놓고 정부에 불만을 드러내는 건 부담스럽다”며 “다만 최근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해 구체적인 방향 설정 등에 들어간 만큼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갑작스런 사업 중단은 당혹스럽지만 건설사의 전체 사업 규모에서 원전 시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며 “원전 관련 수주 규모가 매년 불규칙적이고 주요 먹거리도 아닌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건설사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하던 사업을 중단해야 하는 것은 당혹스럽지만 전체적으로 시공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고 수주액이 조금 줄어드는 것 빼고는 재무적으로 큰 영향이 없다 보니 아직은 대외적으로 입장 표명을 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전 시공을 해서 돈을 벌면 좋겠지만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을 거스를 순 없지 않냐”며 “일단은 정부 행보를 지켜보며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의해 남은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 외에는 내부적으로 관련 사항에 대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원전 관련 설비업체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그는 “토목이나 골조공사 등 단순히 원전만 시공하는 건설사는 사업 초기단계에서 발을 빼므로 큰 손실이 우려되진 않는다”며 “하지만 원전 내부에 들어갈 원자로 등 관련 설비를 납품하는 기업은 재무적 손실 등 장기적 관점에서 시공사와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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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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