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IT] 기상청 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맞을까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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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
6월 폭염, 7월 장마…. 올여름 날씨는 극과 극의 양상을 보였지만 공통점은 있다. 바로 기상청이 맞추지 못한 날씨라는 점이다.
지난 25일(화)만 봐도 기상청은 날씨를 맞추지 못했다. 24일(월) 저녁 발표된 서울·경기지역 화요일자 예보는 ‘흐림’이었다. 그러나 25일 오전 6시32분에는 ‘구름조금/안개’로 바뀌어 있었다. 날씨는? 맑다 못해 햇볕이 쨍했고 몹시 더웠다. 이날 서울·경기지역의 최고 기온은 35°C까지 올라갔다. 문제는 이런 오보(혹은 기상중계)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어 예보가 ‘두루뭉술’해졌다. 강수확률이 30~70%에 달하는가 하면, ‘서쪽지방 폭염’이라는 얼토당토 않는 예보를 내놓는다.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일기예보는 상당히 정확한 수준이었다. 비가 온다면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면 정말 바람이 불었다. 10여년 사이에 일기예보를 담당하는 컴퓨터가 나이라도 먹은 것일까.
◆1초에 5800조회 계산하는 기상청 슈퍼컴퓨터
아쉽게도 기상청의 컴퓨터는 나이를 거꾸로 먹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에 나오는 벤자민처럼 10년전보다 더 빠른 속도를 갖췄다.
현재 기상청 컴퓨터는 2015년 12월 도입된 ‘슈퍼컴퓨터 4호기’다. 초기분과 총 3개의 시스템으로 구성된 이 컴퓨터는 현업 운영을 위한 ‘누리’와 연구개발 및 데이터 백업을 위한 ‘미리’ 시스템으로 구성됐다. 슈퍼컴퓨터 4호기는 미국 클레이사가 제작한 XC40 모델로 대용량 병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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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XC40. /사진=클레이 홈페이지 |
◆슈퍼컴퓨터보다 예보관 육성해야
그럼에도 왜 날씨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슈퍼컴퓨터에는 문제가 없지만 ‘일기오보’를 내는 요인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수치예보모델과 기상청의 잦은 인사문제를 꼽는다.
현재 우리는 2010년부터 영국 기상청의 수치예보통합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 건너 8시간의 시차가 나는 섬나라와 한반도의 일기예보가 당연히 맞을 리 없다. 기상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에 나섰다. 오는 2020년이나 돼야 우리 실정에 맞는 일기예보모델이 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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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문제는 2~3년마다 주기적으로 인사이동을 거치다 보니 예보관의 전문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일기예보 신뢰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서는 슈퍼컴퓨터 도입보다 예보관 자격제를 통해 역량있는 예보관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지난 17일 임명된 남재철 신임 기상청장도 “관행적인 예보 패턴을 바꾸기 위해 최근 새 인력을 차출했고 예보결과에 대한 사후평가도 도입할 것”이라며 개선의지를 드러냈다. 기상청이 오보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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