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화재 강남 서초사옥, 현대해상 광화문 사옥, KB손보 사옥, 동부금융센터./사진=각사 제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화재 강남 서초사옥, 현대해상 광화문 사옥, KB손보 사옥, 동부금융센터./사진=각사 제공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잇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지난달 17일부터 동부화재, 현대해상, 삼성화재, KB손해보험까지 대형 손보사들이 열흘도 안돼 줄줄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단행한 것.

올해 초만 해도 대형손보사들은 보험료 인하 여지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자 빅4 손보사는 결국 백기투항했다. 이제 관심은 손보사들이 정부 기조에 맞춰 과연 실손보험료 마저 인하할지에 쏠린다.

◆꼬리 내린 손보사 빅4

빅4의 보험료 인하 신호탄은 동부화재가 쏘아 올렸다. 지난달 17일 동부화재는 이달 16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을 각각 0.8%, 1.3%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해상도 개인용과 업무용 자동차보험료 1.5%를 이달 21일부터 인하키로 결정했다.


이후 25일 삼성화재가 이달 21일부터 개인용과 업무용 1.6%의 차보험료 인하계획을 밝혔고 26일 KB손해보험이 이달 21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1.5%, 업무용은 이달 26일부터 1.6% 인하키로 결정했다.

대형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줄줄이 내린 표면적 이유는 고객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을 나타내는 손해율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동부화재가 77.5%로 5.6%포인트, 삼성화재가 75.8%로 4.1%포인트, 현대해상이 77.7%로 3.9%포인트씩 각각 낮아졌다. 

KB손보는 올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77.8%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약 3.6% 개선됐다. '빅4' 보험사 모두 적정 손해율이 77~78%를 유지하며 손해율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보사들의 이 같은 결정이 손해율 개선보다 서민금융지원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코드 맞추기로 해석한다. 손보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망사고 위자료가 인상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시행 등을 이유로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보였다.


빅4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료 인하율.
빅4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료 인하율.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민간 보험료 손질 움직임을 보이자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지난달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건강보험 보장 강화 방안이 포함되자 손보사들은 조급해졌다.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을 상황에 처하자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정부 기조에 코드를 맞췄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내부 사정을 이유로 보험료를 내릴 순 있지만 시기가 맞지 않다"면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에 접어드는 7~8월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높아지는 시기다. 보험료 조정도 이 시기 손해산정이 끝난 뒤 9~10월에 이뤄지는 것이 맞다. 이번 보험료 인하는 누가봐도 문재인 정부 정책으로 인한 갑작스런 인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손보험료 인하 압박에 난감한 손보사 


이제 관건은 자동차보험료에 이어 실손보험료도 인하될지의 여부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앞서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와 함께 협의해 올 하반기 실손의료보험 인하 유도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당국 수장 인선도 마무리되며 하반기 협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관심이 쏠린다.

손보사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7월 내린 폭우로 침수차 폐차 등 손해율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일사천리로 이뤄진 데는 실손보험료만큼은 사수해야 하는 손보업계의 의지가 투영됐을 수 있다.

또한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돼 정비수가도 오를 것으로 보여 손보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원체 손해율이 높던 실손보험료 인하까지 이어지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주요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모두 10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107%, 현대해상이 129%, 동부화재가 114%였으며 흥국화재는 144%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손보사가 100~140%대를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여전히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비급여항목 표준화'건으로 갈등을 빚고 있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장 실손보험료가 조정될 가능성은 적다"며 "물론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손보사들도 결국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