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은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의 경제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4개의 틀 아래 세부적인 과제를 담았다. 최저임금 인상부터 기초연금·무상교육 확대 등 굵직한 정책들을 보면 진보정부답게 서민과 중소기업 등 경제약자를 위한 ‘복지 증진’ 의지가 엿보인다. 문제는 재원이다. 100조원이 넘게 드는 사업을 실행하려면 증세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반시장적’이라는 반발도 나온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사람중심’ 경제… 소득·일자리 우선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로 제시했다. 지난 보수정부가 수출 대기업의 성장에 힘을 실은 반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은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이다. 현행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1차로 내년 최저임금은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인 취약계층의 소득향상을 위해 기초연금을 내년 25만원에서 2021년 3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실업급여는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였던 것을 내년부터 60%로 올리고 지급기간도 3~8개월에서 4~9개월로 연장한다. 청년 실업자는 3개월 동안 매달 3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받게 된다.


또한 가계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을 낮추는 대책을 내놨다. 연간 17만개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15세 이하 자녀의 입원비 본인부담률을 5%로 내린다. 고등학교 무상교육과 육아지원금 인상도 시행된다.

민간기업도 정부의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비율에 따라 최대 2년 동안 법인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세액공제를 확대한다. 아울러 정부는 대기업이 협력회사와 이익을 공유하면 세제혜택을 주고 중소기업 자금난의 원인으로 지목돼온 약속어음을 폐지하는 등 중소기업을 배려한 정책을 추진한다. 이런 중소기업 육성책 등을 통해 경제성장률 3%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새정부 경제정책] 소득 주도 '분수효과' 나올까

◆문제는 재원, 적자국채 발행?

정부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재정건전성 확보가 필요하다.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는 2018~2022년 178조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할 것을 우려해 적자국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적자국채는 국가재정을 악화시켜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정과제 이행 과정에서 세수 부족 시 차환용국채 대신 신규로 발행하는 순증국채로 전환, 국채 발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행 헌법과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정부는 국회 승인을 받아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올해 국채 발행한도는 103조7000억원이고 이 중 순증국채는 37조6000억원이다. 만약 세수 부족이 발생하면 정부는 한도 안에서 순증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법 개정 작업이 필요한 만큼 일부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국가의 순재정수지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0조~40조원 적자고 올해도 30조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더구나 정부의 계획은 문 대통령의 임기 내내 경기가 좋다는 가정에 따라 세수를 늘려 재원의 절반가량인 약 82조6000억원을 마련하는 것이므로 경기가 악화되면 비과세 폐지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3%대 성장을 내세우는 반면 한국은행은 최근 잠재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바 있다.


◆비정규직 사용제한 등 반시장 논란

일부 정책을 두고 ‘반시장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정책방향에는 기업의 상시·지속업무 등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을 제한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제도’의 도입이 담겼다. 지난해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고장으로 발생한 비정규직 직원의 사망사고 같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다는 데는 기업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무 특성이나 근로자의 자발적 선택에 따른 비정규직마저 가로막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의 고용부담이 커지면 정규직 채용을 줄여 결과적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50.3%는 근로조건에 만족한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선택했다.


정부는 또 국민소비 증진을 위해 신용카드·체크카드 포인트의 캐시백(현금전환)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5년 경과 후 유효기간 종료와 함께 소멸되는 포인트가 연간 1300억원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멸포인트는 1390억원을 기록했다. 카드고객이 사용하지 않은 누적 카드포인트는 2조1869억원으로 집계됐다.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1조8134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정부의 정책이 사실상 반강제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포인트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성격이라 사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한국경제가 구조적 저성장을 겪는 가운데 재정 투입만으로 이를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소기업 육성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대기업의 일자리 마련과 세금부담이 커질 경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