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케이뱅크 출범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케이뱅크 출범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올해 등장한 인터넷은행의 선풍적인 인기로 보험사들이 술렁인다.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시장에 변화가 올 수 있어서다.

올 상반기 등장한 케이뱅크와 지난달 영업을 개시한 카카오뱅크는 편리한 인터넷금융환경을 바탕으로 수백만명의 가입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케이뱅크는 방카슈랑스 신계약비(보험사가 은행에 주는 수수료)를 낮추거나 받지 않는 형식으로 보험사들에 케이뱅크 전용 보험상품 개발을 주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들의 영업환경상 예대마진 외에 안정적인 비이자수익원 발굴이 시급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방카슈랑스 신계약비나 펀드 판매로 얻는 각종 수수료 수익은 대표적인 비이자수익이다. 따라서 케이뱅크가 모바일 방카슈랑스 사업을 적극 확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저렴한 보험료… 선점 노리는 케이뱅크 


국내 방카슈랑스시장은 침체기다.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은행은 방카슈랑스 규제에 따라 저축성보험과 제3보험 외에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결국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의 혜택을 줄이고 공시이율을 조정하자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수익은 감소세를 보였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의 올 상반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총 1447억원 규모로 지난해 상반기(1513억원) 대비 4.6%가량 감소했다.

특히 올 1분기 대비 2분기에는 4개 시중은행 모두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이 전분기보다 16~57%까지 급감했다. 보험사들의 소극적인 저축성보험 영업과 함께 4월 세법개정안(비과세 축소)으로 수요층이 타 상품으로 몰린 탓이다.


이처럼 방카슈랑스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케이뱅크의 움직임이 모바일 방카슈랑스시장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시중은행 모바일 방카슈랑스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 시장진출 단계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저축성보험 상품을 온라인 전용으로 내놨다. KB국민은행은 국내외 여행자보험을 판매 중이며 IBK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5종, 7종의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모바일 방카슈랑스시장에서 앞으로 출시할 상품에 따라 케이뱅크가 충분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뱅크 모바일 방카슈랑스는 온라인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설계사를 통하는 것보다 사업비가 50~70%가량 낮다. 그만큼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이 출시돼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유리하다.

나아가 특정 보험사 상품 비율 판매 제한(‘25%룰’)·판매인원(2인 제한)·상품(범위 제한) 등 '방카룰' 규제도 받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는 출범된지 얼마되지 않아 방카슈랑스에 신경쓸 여력이 아직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영업망이 안정되고 꾸준히 가입자 확보가 진행되면 케이뱅크처럼 카카오뱅크도 비이자수익을 위해 모바일 방카슈랑스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뉴스1DB
사진=뉴스1DB

◆보험사들 '전전긍긍' 왜?

보험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보험설계사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은행 모바일 방카슈랑스시장 진출로 판매채널이 확대되면 기존 주 판매원인 설계사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또 기존 계약채널인 시중은행의 눈치도 봐야 한다. 현재 케이뱅크 방카슈랑스 진입과 관련해 대주주인 한화생명을 비롯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IBK연금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이 참여를 결정했다. 이들은 케이뱅크로부터 0.1%라도 높은 금리의 차별화된 저축성보험 개발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상품을 개발하는 보험사 한 관계자는 "수익면에서 당연히 차별화된 보험상품을 케이뱅크에 제공하는 것이 타사와의 경쟁측면에서 우리에게 유리하다"면서 "하지만 보험상품으로 인해 시중은행과 계약된 상품 판매율이 낮아지는 등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모바일 방카슈랑스시장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시장이 커질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저축성보험이 더이상 보험사에 수익을 안겨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료는 앞으로 소비자에게 지급될 보험금이어서 부채로 평가돼 보험사 재정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또 온라인 보험판매채널은 기존에도 존재해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도 아니다. 모바일 방카슈랑스 자체가 수익성이 보장된 시장도 아닌 상황이다. 

한편 케이뱅크의 모바일 방카슈랑스시장 진출은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당초 7~8월로 예정된 보험상품 판매가 보험사들과의 시스템 연동 작업이 지연되며 연기됐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보험사 8~9곳과 시스템을 연결하는 작업이다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연내에는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