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스튜어드십 코드 안착을 공언했다. 국내증시의 주체인 기관투자자가 지금껏 기업경영에 소극적으로 관여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되면 상대적으로 소규모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커져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의 형태로 투자자들에게 수혜가 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낮은 수준의 배당주, 자사주 매입 예상주가 주목받는 이유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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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올려주는 스튜어드십 코드

지난달 25일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운용평가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자산운용지침에 반영했는지 평가하는 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늘리고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공단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새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 날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의 수행기관으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선정했다.

이에 앞서 주주가치 제고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 기관투자자 40여곳이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후보자 청문회에서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데 보고의무 등 장애물이 있다면 금융위가 앞장서서 해소하겠다”고 적극적 도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정부, 금융당국, 기관투자자가 앞장서서 참여하려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무엇일까.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를 위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뜻한다. 큰 저택에서 주인 대신 집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들이 투자할 때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국민이 맡긴 돈을 자기 것처럼 소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정부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단기적 자본차익만을 노려 수익을 극대화하던 기관투자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키우고 지원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미리 도입됐다면 주주 의사결정으로 논란이 됐던 사안들 중 많은 부분이 사라졌을 것으로 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부적절한 결정 논란이 대표적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4년 금융위원회가 처음 도입 계획을 공표한 후 지난해 말 민간협의체인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에서 최종안을 만들었다. 국내의 원칙 수준을 우리보다 먼저 도입한 영국·일본과 견줘보면 비교적 엄격하고 구체적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에서는 영국을 포함한 기관투자자 공동 대응이 제외됐다. 다만 금융위의 ‘안내지침7’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논의와 토론을 활성화하고 공동의 이해관계를 위한 포럼 설립을 할 수 있어 제한적 공동행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고배당 종목들의 초과수익이 나타나고 전체 기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2.1%포인트 개선됐다”며 “한국은 당국과 공적기금의 의지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확산될 여지가 커 일본의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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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토리] '스튜어드십 코드'가 불러올 바람

◆세법개정 우려 ‘NO’… 배당주로 초과수익 ‘GO’

시장에서는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활발해지면 상장사들의 배당수익률과 자사주 매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스피 배당수익률이 적정수준을 하회해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의 배당 요구 주주제안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시장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52%다. 반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신흥지수의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각각 2.5%, 2.6%다.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에 MSCI 선진지수 수준인 2.5%정도의 배당수익률을 요구할 개연성이 큰 셈이다.


김동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먼저 도입했던 해외 6개국 사례를 보면 이들 국가에서 배당성향이 빠르게 증가한 모습을 볼 수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기업 지배구조 단점이 개선되고 배당증가 효과가 나타나면 국내증시 디스카운트 현상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연금 보유 상위 종목 중 현재 배당수준이 낮은 종목으로 현대건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홈쇼핑, 한국단자, 농심을 꼽았다. 장기적으로 배당이 증가할 수 있는 종목은 태광산업, 컴투스, 웹젠, 남양유업, 현대에이치씨엔을 제시했다. 또 자사주 소각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으로 현대산업, SK, 삼천리, 삼진제약, 웹젠을 추천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주목한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는 2014년부터 한시적으로 적용된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중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폐지됐다. 기존 제도가 고배당 요건을 만족한 기업의 주주들에게 배당소득세율을 낮춰줘서 일부 대주주만 수혜를 입는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배당소득세 혜택이 없어지면서 기업의 대주주들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줄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일몰이 예상된 상황에서 세법개정안이 기업배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며 “4분기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여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업 배당이슈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0호(2017년 8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