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한국항공우주가 무너지고 있다. 코스피 대형주임에도 단기간에 30% 이상 하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그나마 반기보고서 검토의견이 ‘적정’으로 나오면서 살짝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한국항공우주의 날개 없는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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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이슈에 ‘오락가락’하는 주가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최근 한국항공우주의 부품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가 포함된 경영상 비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분식회계는 기업이 고의로 자산이나 이익규모 등을 크게 늘리고 부채를 적게 계상해 재무상태나 경영성과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한국항공우주 전·현직 임원들이 협력업체와 계약하면서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조작하는 분식회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집중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의 사업규모 등을 고려할 때 분식회계가 벌어졌다면 그 규모가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원가 부풀리기의 주요 수사대상인 수리온개발사업에만 약 1조3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항공우주 측은 “설립 이래 회계인식방법에 따라 일관된 기준을 적용했고 특정한 시점에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회계인식방법을 변경한 바 없다”며 “현재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가 진행 중인데 당사가 적용한 회계인식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의 해명은 투자자의 불안감을 떨치기에는 부족했다. 분식회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2일 한국항공우주는 전 거래일보다 16.57% 떨어진 4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20% 이상 하락하며 일시적으로 단일가 매매로 거래를 전환하는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일에도 12% 이상 추락하며 이틀간 1조3000억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 같은 폭락장세를 다소 누그러뜨린 이슈는 한국항공우주의 과거 사업보고서 정정공시와 반기보고서 검토의견 ‘적정’ 소식이다. 지난 14일 한국항공우주는 2013~2016년 사업보고서를 금감원이 지적한 회계인식기준에 따라 수정했다. 이에 따라 전체 누적매출액은 350억원 줄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34억원, 427억원 증가했다.


또 이날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한국항공우주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기준 규정을 위반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검토의견 ‘적정’을 부여했다. 검토의견은 회계법인이 회사 측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검토했을 때 회계기준상 이상한 점이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관련 거래내역 등의 증빙이 필요한 감사의견에서 ‘적정’을 받은 것과는 다른 의미다.

그럼에도 지난 16일 한국항공우주의 주가는 장중 24% 가까이 치솟으며 다시 4만원대에 진입했다. 이지윤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반기보고서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회사의 거래정지와 관리종목 지정까지 염두에 둔 극단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보고서 발표 이후 정상거래가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머니S톡] 한국항공우주 '날개 없는 추락'
[머니S톡] 한국항공우주 '날개 없는 추락'

◆목표가 하향조정… 존속 여부는 ‘이상무’

증권사들은 회계처리 변경이 오히려 잠재부실을 털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한국항공우주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지난 1분기 매출액은 기존보다 1245억원 줄어든 5873억원으로 계상됐다. 영업이익도 867억원 줄어든 110억원이 됐고 당기순이익은 651억원 감소해 적자로 변경됐다. 2분기에도 수리온, KF-X, T-50 등 주요사업에서의 추가적 비용 발생 가능성을 900억원가량 충당금으로 설정하면서 영업적자 383억원, 당기순손실 152억원을 기록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부진 요인은 일부 사업에 대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수정 영향과 수리온헬기의 공급 중단 여파”라며 “상반기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에 3분기부터 이익 회복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정정보고서를 제출하면서 회사 측은 회계인식 시점의 차이일 뿐 전체 프로젝트 기준으로 손익에 큰 변화가 없음을 밝혔다”며 “또 회계법인 반기검토보고서 의견 ‘적정’으로 관리종목 지정을 면해 최악의 상황도 피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일제히 한국항공우주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내렸다. 지난 2일 이후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보고서를 낸 12개 증권사 중 8개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보유’ 또는 ‘중립’으로 하향했다. 6개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평균 40% 이상 내렸다. 목표주가의 경우 지난달 방산비리 이슈가 터졌을 때부터 하향조정했던 증권사가 많은 터라 사실상 모든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증권사의 목표주가 평균은 5만9992원이다.

목표주가는 통상 앞으로 창출해낼 이익을 예상해 계산한다. 증권사들은 이번 사건으로 이익추정치가 내려가면서 목표주가도 하향됐다고 설명했다. 또 아직 위험요인이 남아 투자를 권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검찰수사가 장기화되고 금감원 감리 등에서 추가적인 비리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위험들은 간과하기엔 다소 무거운 사안들이라 한국항공우주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를 권한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이슈가 한국항공우주의 존속 여부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라며 주가급락상황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잉으로의 기체부품 수출과 최근 태국 T-50 수주 등 본업경쟁력이 여전히 건재해 회사의 존속은 문제가 없다”며 “따라서 여러 잡음에도 현시점의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과도한 급락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