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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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고 불편하던 보험금 청구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 블록체인 사업자로 선정된 교보생명의 보험금 자동청구서비스가 올해 말 도입을 앞두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바빠졌다. 보험금 자동청구서비스는 해당 보험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가입자 유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차별화된 보험금 지급 서비스는 이제 보험사의 필수 전략이 된 분위기다.

◆교보생명, 보험금 자동청구 연내 도입


교보생명은 지난 9일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 산업의 미래' 세미나에 참여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보험금 청구 및 스마트 스크래핑'이란 주제로 그동안의 사업진행과정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월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 시범사업자로 선정된 교보생명은 연내 도입을 목표로 보험금 자동청구서비스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날 교보생명은 보험에 가입한 본사 직원 100명, 수도권 3차 의료기관 1개 병원 등과 함께 시범 사업을 수행 중(30만원 이하 금액 청구)이라고 추진 현황을 밝혔다.

2020년으로 예정된 이번 사업에선 교보생명 전 고객, 전국 중대형 병원 600개로 대상범위를 넓히고 간편청구 범위도 1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 보험금 청구는 보험 가입자가 따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해당 가입자의 병원비 납부 내역 및 보험 계약 정보를 활용해 자동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보험가입자의 의료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 활용에 제한이 컸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해킹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 서비스의 핵심은 병원의 의료기록과 보험사의 계약정보를 스크래핑해 오는 것"이라며 "물론 긁어온 정보는 블록체인 기술로 안전하게 보관된다. 이 스크래핑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와 계약을 통해 자동 보험금 청구를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지급 서비스 도해./자료=교보생명 제공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지급 서비스 도해./자료=교보생명 제공

보험연구원이 2015년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만원 이하 외래 진료비 미청구 건수 비율은 51.4%에 달했다. 가입자 절반 이상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고 복잡해 소액 진료비 청구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금 자동청구가 도입되면 그동안 번거롭다는 이유로 소액 보험금 청구를 꺼리던 가입자들이 편리하게 보험금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은 올 12월에 스마트 보험청구 시범서비스를 도입한 뒤 2020년 본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보험금 지급 '간편화' 서두르는 보험사

타 보험사들도 보험금 청구 간편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청구가 편한 보험사의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보험업계에서는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해서라도 보험금 청구 간편화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의료기관이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대행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의료기관이 가입자의 동의를 받아 진료내용을 보험사에 넘겨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게 한 것.

하지만 이 방안은 의료계의 반발로 진행되지 못했다. 의료계는 보험사들이 축적된 진료정보를 토대로 불합리한 보험상품을 만드는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고 병원이 과도한 행정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행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병원이 직접 환자의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은 현행 의료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현행법상 진단서 등 환자의 진료 기록을 제3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교보생명의 스마트 보험청구는 병원이 진료기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정보를 긁어오는 것이므로 의료법 위반을 피할 수 있다.

이에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핀테크기업과 제휴를 맺고 병원에 무인 단말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방안은 환자가 무인 단말기로 진료 기록 사본을 전송하면 보험금이 자동 청구되도록 하는 것으로 가입자 스스로 서류를 제공해 의료법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다.

모바일을 활용한 보험금 청구 간편화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KB손해보험은 창구 방문없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전용 앱을 출시했으며 하나생명도 100만원 이하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전용 모바일 창구를 오픈했다. 이밖에 대다수의 보험사들이 모바일 보험금 청구 간편화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모바일 청구시 서류제출은 찍은 서류사진으로 대체할 수 있게 했다. 일부 보험사는 아예 영수증만 사진으로 제출해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자동청구로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높아질 수도 있지만 가입자 유치 효과, 보험사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또한 보험금 지급 절차에 소요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