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최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가운데 제약업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의 의료비 부담 비중이 높아지면 의약품 소비가 증가해 매출액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의 시선과 재정압박으로 약가인하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미용·성형 제외 ‘비급여→급여’ 전환

보건복지부가 지난 9일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따르면 우선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모든 비급여 항목이 건강보험으로 편입된다. 특히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이었던 비급여를 모두 급여 또는 예비급여를 통해 급여화할 방침이다.


‘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건강보험공단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병원비를 의미하며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0% 본인이 부담하는 병원비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비급여 비중이 높아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가계직접부담 의료비 비율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멕시코(40.8%)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9.6%로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중증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액 의료비 부담이 상당 부분 개인에게 맡겨졌다는 의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앞으로 정부는 효과는 있으나 가격이 높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해 우선 예비급여로 적용하고 3~5년 후 평가해 급여, 예비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같은 예비급여 제도 도입으로 비용 효과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도 건강보험 영역으로 편입돼 본인부담이 줄어들고, 가격 및 실시 현황 등을 모니터링해 관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예비급여 추진 대상은 약 3800여개다. 이후 실행 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 현재 63%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까지 70%로 개선할 계획이다.


틀니·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도 50%에서 30%로 인하해 치과 의료비 부담도 대폭 완화한다. 아울러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생애주기별 한방의료서비스도 예비급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 재정부담 증가 해석 엇갈려


이에 대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급여 확대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감소하면 다양한 진료 및 의약품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며 “업계 전체적으로는 매출이 상승해 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30조6000억원 규모의 천문학적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약가를 결정하는 정부가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가를 인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현재 적립된 2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과 재정누수 방지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예상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약가인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2년 건강보험재정 악화 방지를 명분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 1만3814개 의약품 중 6506개의 가격을 한꺼번에 인하한 바 있다.

상위 제약사 한 관계자는 “MRI, 초음파, 임플란트도 급여가 확대되면 수요 증가로 의료기기산업에는 중장기적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오리지널이 거의 없고 제네릭 판매비중이 높은 대다수 국내 제약사는 재정압박에 따른 약가인하 압력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암 환자들이 비급여로 책정된 항암제의 높은 비용 탓에 치료를 안 받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개선되면 항암제를 생산하는 제약사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다”며 “개별기업의 의약품 보유 상태에 따라 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