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바쁘다.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한번쯤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zoom) 무언가가 있다. ‘한줌뉴스’는 우리 주변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풍경을 담아(zoom) 독자에게 전달한다.<편집자주>



국내 대형마트 3사가 불법 살충제 계란 파동에 휩싸이자 지난 15일부터 계란 판매를 전부 중단했다.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는 계란 코너에 생수와 양배추 즙을 배치했다. /사진=이남의 기자
국내 대형마트 3사가 불법 살충제 계란 파동에 휩싸이자 지난 15일부터 계란 판매를 전부 중단했다.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는 계란 코너에 생수와 양배추 즙을 배치했다. /사진=이남의 기자

정부가 오늘(18일)부터 계란 공급을 정상화한다. 대형마트를 포함해 온라인 식품몰, 편의점 등 대부분의 유통채널에서 계란 구입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이다. 정부가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명난 계란을 내놓지만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지 불안이 증폭된다.

지난 17일 서울시 성북구 월곡동에 위치한 A대형마트를 찾았을 때 텅텅 빈 계란코너에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토스트를 구워 주기 위해 자주 계란을 산다는 주부와 제삿상에 올릴 전을 부치려고 장을 보러 나왔다는 사람들은 살충제 계란 파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A대형마트 직원은 "현재 국내 모든 계란농장에 대한 계란 잔류 농약검사가 진행 중으로 전수검사 합격 후 계란이 입고된다"며 "조만간 안전한 계란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믿고 살 수 있는 계란이 나오는 거냐"란 반문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계란은 물론 친환경 식재료를 판매하는 전문점에서도 살충제 계란이 판매돼 이미 불신기류가 일파만파 퍼져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계란에 사용이 금지되거나 허용 기준치를 초과해 살충제를 사용한 부적합 농장 13곳이 추가 확인됐다. 1개 농가의 계란에선 사용이 금지된 피르로닐 성분이 검출됐고 11개 농가의 계란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이 나왔다. 또 다른 1개 농가에서는 피리다벤 성분이 검출됐다. 이로써 살충제 계란이 적발된 농가 수는 총 45개로 늘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밝혀진 단상들은 식품안전을 부실하게 관리한 우리 정부의 민낯을 보여준다. 살충제 계란은 지난달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됐지만 정부는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계란뿐 아니라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식품안전이 부실해 보인다. 지난 3월 '브라질 썩은 닭'이 유통됐을 때도 정부는 브라질 당국이 보낸 자료만을 근거로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빠른 대처가 능사는 아니다. 보다 철저한 식품안전기준을 만들어 국민이 안심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