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바쁘다. 주변을 돌아볼 틈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한번쯤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zoom) 무언가가 있다. ‘한줌뉴스’는 우리 주변에서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풍경을 담아(zoom) 독자에게 전달한다.<편집자주>

광화문 청계천로 가로수 아래가 마치 둥지인양 비둘기 한마리가 눌러앉아 있다. /사진=박성필 기자
광화문 청계천로 가로수 아래가 마치 둥지인양 비둘기 한마리가 눌러앉아 있다. /사진=박성필 기자

#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광화문 청계천로. 도로변 가로수 아래가 마치 둥지인양 눌러앉은 비둘기를 보니 시인 김광섭의 대표작 <성북동 비둘기>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시 속의 비둘기는 본래 사람과 공존하며 살던 자연의 일원이자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산업화로 삼림이 파괴되고 공장이 들어서면서 비둘기는 갈 곳을 잃게 됐다는 내용이다.


급기야 비둘기는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강한 산성 배설물로 건축물을 부식시키고 흩날리는 깃털이 사람들의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비둘기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이처럼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도심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본래 비둘기는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더러운 동물이 아니었다. 비둘기는 하루 평균 서너차례 씻는데 우리나라 도시에는 조류들이 서식하며 쉴 공간이 없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기형으로 태어나는 비둘기도 늘었다. 비둘기는 이제 야생성을 잃어 도시를 떠날 수도 없다.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를 더러운 혐오동물로 만든 건 어쩌면 우리 자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