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4일 오후 9.44포인트 상승한 2375.84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DB
지난 8월24일 오후 9.44포인트 상승한 2375.84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DB

코스피지수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는 지난 7월24일 역사상 최고점인 2450선을 뚫을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내부적으로 큰 악재가 없었고 글로벌증시도 훈풍이 불었다. 너무 가파르게 올라서일까. 예상치 못한 북한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시장에서는 조정장세가 펼쳐질 시점이었는데 마침 북한이 나서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이번 조정은 과거 북한리스크가 터졌을 때에 비해 긴 편이다.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코스피는 과연 다시 반등할까. 또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자세로 투자해야 할까.


◆북한 도발이 불러온 원화약세… 외국인 ‘도망’

지난 8월11일 코스피는 장중 2% 넘게 급락하며 2310선까지 내려갔다. 오르는 건 완만했지만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인 2451.53을 기록했던 지난 7월24일 이후 12거래일 만이다. 지난 5월 2300선을 돌파한 후 약 3개월 만에 최저수준이다.


수급 측면에서 코스피지수의 조정을 주도한 세력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14거래일간 순매도세를 보였다. 약 한달간 코스피시장에서 3조2000억원을 빼낸 셈이다. 같은 기간 개인도 4700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인 반면 기관은 3조3000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지수의 추가하락을 방어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간 직접적인 원인은 원화약세로 분석된다. 코스피가 최고점을 찍었던 날 원/달러 환율은 1115.3원을 기록한 후 단기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난 8월18일 기준 1141.3원까지 치솟았다. 원화약세는 외국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 환손실을 입을 수 있어 매도요인이다.


이번 원화약세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미국과의 긴장국면 심화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7월에만 두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감행했고 미국령인 괌 지역에 포위사격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에는 전쟁도 가능하다며 맞대응했다. 그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됐고 원화약세와 증시하락의 폭격을 맞았다.

북한과 미국의 대립관계 외에도 국내증시에 리스크로 작용할 만한 사건이 더 있다. 9월 초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먼저 ECB는 현재 매월 600억유로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20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의문의 여지없는 유로존 성장 개선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을쯤 양적완화 축소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을 두고 그가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점진적 완화축소계획을 밝힐 것으로 본다.

미국 역시 보유자산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시에 위기감이 조성됐다. 7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연준의 자산축소를 논의할 계획이다. 일부 위원은 7월에 자산을 줄이기 시작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대부분 더 많은 시장정보를 취합할 다음 정례회의로 시기를 미루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의 자산규모 축소는 실질적인 금리인상 효과로 이어져 달러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북한리스크가 여전히 유효하고 9월 초까지 통화정책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ECB 통화정책회의를 지나면서 달러가 반등시도에 나설 경우 신흥국증시와 상품시장에 하락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니S톡] 숨 고르는 코스피, 돌파구는?

◆변동성 장세, 이익사이클 진입한 업종 잡아라

증권가에서는 북한리스크와 대외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코스피가 잘 버티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북한리스크가 불거졌을 때도 코스피200의 월평균 실현변동성은 14% 미만을 보였다. 2003년 이후 평균 변동성인 18.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심리가 강화되며 올 초 이후 주식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나 북핵리스크와 같은 정치적 이벤트를 견디는 견고함을 보여줬다”며 “이례적으로 낮은 변동성의 원인은 풍부한 유동성 환경과 양호한 기업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533곳의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은 910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78조원, 61조원으로 19.19%, 24.44% 증가했다.

다만 일정기간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3분기에는 전체 시장의 이익증가를 기대하기보다 개별적으로 상승흐름이 나타나는 업종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반도체업종은 2분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 흐름이 좋지 못했다. 이익사이클의 둔화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거래대금 감소가 예상되는 증권업종, 정책 불확실성이 있는 통신, 소매, 유통업종의 부진도 같은 이유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이익증감률보다 이익의 사이클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시장의 관심은 2분기 실적발표가 완료되면서 3분기 이익으로 이전되는 상황이어서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는 업종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변동성장세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매매시점을 잘 맞춰야 하는데 실제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이벤트의 공통점은 금리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변동성 속 안전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배당주 투자나 중기 방향성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애널리스트는 “금리상승기에 아웃퍼폼할 수 있는 가치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