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IT] 규제 완화 vs 강화, 빅데이터 논란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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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해수욕장 피서객 빅데이터. /사진제공=SK텔레콤 |
인터넷 등에서 만들어지는 방대한 데이터에서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은 21세기 ‘금맥’으로 불린다. 올 초 한국정보화진흥원은 ‘2017년 10대 기술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빅데이터를 꼽았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KPMG가 약 3000명의 빅데이터 전문가를 채용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빅데이터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빅데이터는 온라인 등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그 규모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는 특징이 있다. 데이터의 종류도 다양해 이를 잘 분석하면 사람들의 행동과 위치정보는 물론 생각과 의견까지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빅데이터는 현재 구글, 아마존, IBM을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에서 널리 쓰인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패턴을 분석해 누가, 언제, 어떤 상품들을 구매할 것인지 빅데이터로 예측, 소비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 IBM은 ‘왓슨 포 온콜로지’와 빅데이터를 결합해 암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와 미국의 경우 테러를 막고 범죄자를 색출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빅데이터 거래와 관련한 시장규모는 올해 434억달러에서 2026년 846억9000만달러로 두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도 빅데이터 속속 도입
국내 빅데이터 관련 산업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지난 8월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연구분야에 추경예산 43억원을 포함해 총 63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차관은 “AI 및 빅데이터 분야에 대한 전략과제를 지원함으로써 관련 분야의 기초 기반 및 저변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초·원천 연구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기업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지난 7월10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16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에 따르면 203개 금융기관 및 금융유관기관의 IT담당자들은 올해 금융IT트렌드로 ‘빅데이터 활용 본격화’를 꼽았다. ‘앞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핀테크 분야’에 대한 질문에는 ‘빅데이터, AI,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한 금융서비스 및 상품 개발’이라고 응답했다.
금융권 내에서는 신한카드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다. 2013년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센터를 설치한 신한카드는 월평균 승인건수 2억건, 고객 2200만명, 가맹점 270만개 등 국내 최고의 빅데이터 플랫폼을 자랑한다. 근래에는 그간 쌓아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샐리’와 유사한 소비패턴을 공유한 사용자들을 그룹화한 상품개발체계 ‘코드나인’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카카오뱅크도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27일 처음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의미있는 수준의 데이터를 축적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카카오뱅크 측은 정교한 스코어링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설계하기 위해 자체 빅데이터 수집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빅데이터는 산업계에서도 화두다. SK텔레콤은 휴가철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산 해운대·송정 해수욕장의 방문객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유업은 카메라 오류로 인한 불량을 빅데이터로 축적, 생산량을 10% 이상 향상시켰다.
스타트업은 더 적극적이다. 남성 맞춤정장 스타트업 ‘스트라입스’는 고객 5만여명의 신체치수를 빅데이터로 만들어 재단패턴을 더 세밀하게 나눴다. 그 결과 불량, 불만 건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기성정장과 맞춤정장의 혼합인 ‘세그먼트’라는 새로운 분야도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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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왓슨 포 온콜로지. /사진제공=가천대길병원 |
◆산업계 vs 시민단체, ‘으르렁’
모든 산업에서 빠르게 도입되는 빅데이터지만 국내 제도는 수년 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2014년 개인정보유출사태를 겪으면서 개인정보 활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국가로 거듭났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관련 법만 20여개에 달한다.
한국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개의 난관을 넘어야 한다. 하나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웬만한 정보는 동의를 받지 않고는 수집·활용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프로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기업의 29%가 빅데이터를 활용했지만 한국은 도입률이 5% 수준이었다. 최근 산업 전반에 속속 도입되지만 각종 규제로 세계적인 흐름에서 소외되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미국, 유럽 같은 선진사회는 빅데이터 악용·오용으로 인한 피해를 기업이 책임지도록 하고 개인정보 활용을 폭넓게 허용한다”며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에 과하게 매달려 관련 산업이 숨쉴 수 있는 구멍도 막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빅데이터와 개인정보가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산업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해 기업의 자유만을 강조하면 과거 수차례 발생했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빅데이터 산업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완충지대를 설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3호(2017년 8월30일~9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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