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논란이 해소되기도 전 생리대 화학물질 의혹이공육 불거지면서 먹거리 뿐 아니라 생필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유럽발 E형 간염 소시지 공포까지 가세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정부와 국내 식품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 생리대 사태까지 터지면서 식품, 생필품 등 각종 포비아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왼쪽) 대형마트의 계란 가격 인하, (오른쪽)  대형마트 매대에서 수거되는 릴리안 생리대. /사진=뉴스1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왼쪽) 대형마트의 계란 가격 인하, (오른쪽) 대형마트 매대에서 수거되는 릴리안 생리대. /사진=뉴스1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계란+생리대’ 파문에 숨죽인 유통업계 

최근 생활용품기업 깨끗한나라가 제조한 ‘릴리안 생리대’의 부작용 논란이 확산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이커머스업체 등 유통업계가 줄줄이 판매중단에 나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는 지난 24일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잠정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이마트의 경우 ‘노브랜드 순면감촉’, ‘이마트 자연공감 순면’ 등 깨끗한나라가 만든 자체 브랜드(PB) 2종까지 회수 조치했다. 

헬스앤뷰티 스토어(H&B) 올리브영도 릴리안 생리대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편의점업계도 판매 중단 대열에 동참했다.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도 이날 릴리안 상품 철수 작업에 들어갔다. 11번가,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업체들도 당일 릴리안 생리대 판매를 중단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정부 조사결과 발표 전 서둘러 릴리안 생리대 판매를 중단한 것은 ‘살충제 계란’처럼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을 조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앞서 지난 23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대형마트 3사는 일제히 계란 가격을 인하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달걀 수요가 급감하면서 산지 도매가가 폭락하자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계란 가격 인하에 나섰다. 

이마트는 22일까지 6980원이었던 알찬란(대란) 30구(한판)의 소비자가를 23일 500원 내린 6480원에, 롯데마트는 6980원이었던 계란 한판을 600원 낮은 6380원에 내놓았다. 홈플러스도 한판에 7990원에 팔던 계란을 6980원으로 1010원 내렸다. 

그러나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산지 도매가가 급등하던 때 잇따라 가격을 올렸던 대형마트들이 살충제 계란 사태로 도매가가 대폭 떨어지고, 수요가 급감하자 생색내기용으로 ‘찔끔’ 내리는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산지 도매가는 이미 AI 발생 이전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169원이었던 대란 1개 가격은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22일 127원으로 24.9%까지 폭락했다. AI 발생 전인 지난해 11월 10일 계란 산지 도매가는 개당 171원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 계란은 가격을 내렸음에도 AI 발생 전보다 비싸다. 따라서 여론은 계란 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최근에는 유럽발 ‘간염 바이러스 소시지’ 공포까지 번지면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이 유럽산 가공육 제품을 전면 중단하거나 관련 제품을 철수했다. 

(왼쪽)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규명 촉구, (오른쪽) 살충제 계란 책임자 수사 촉구. /사진=뉴스1
(왼쪽)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규명 촉구, (오른쪽) 살충제 계란 책임자 수사 촉구. /사진=뉴스1

◆화학 물질 공포증 확산

문제는 소비자의 불안감이 해당 제품 뿐 아니라 관련 제품까지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계란 공포증은 계란 가공식품, 닭고기, 오리고기, 가공육 등으로 번졌고, 생리대 불안감은 기저귀, 휴지 등까지 퍼졌다. 현재도 SNS에는 계란에 대한 불안감과 생리대 사용 후 부작용을 겪었다는 사연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촉발된 ‘케미컬포비아’(화학성분에 대한 공포)가 생리대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유통업계 전반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분위기다. 

유통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계란 관련 문의가 빗발쳤는데 이제는 생리대, 소시지 사태까지 터져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면서 “추석이 다가오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재 논란이 되는 계란, 생리대, 소시지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제품까지 소비자 불신이 너무 깊어져 이제는 소비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 제품에서 논란이 생기면 문제가 없는 관련 제품까지 자체 철수하게 생겼다. 또 이런 일(계란∙생리대∙소시지 사태)이 터질까 조마조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