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마음 흔드는 네이버 '웨이브'
박흥순 기자
5,551
공유하기
![]() |
WAVE. /사진제공=네이버웨이브 |
아이언맨이 등장하는 영화를 본 사람은 ‘자비스’를 기억할 것이다. 아이언맨의 전투·사무 보조 인공지능(AI) 비서인 자비스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명령을 모두 알아듣고 상황에 맞는 농담도 건넨다. 이는 모든 AI비서의 궁극적인 미래상으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현재 AI시장의 큰 흐름은 개인비서 기능을 포함한 AI스피커다. 아마존, 구글, 애플, 삼성전자, KT 등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저마다 축적한 데이터를 앞세워 AI스피커를 출시하는 가운데 네이버도 후발주자로 경쟁에 가세했다.
네이버는 지난 5월 AI플랫폼 ‘클로바’를 한국시장에 출시하며 발을 내디뎠다. 이어 지난달에는 클로바를 탑재한 AI스피커 ‘웨이브’를 일본시장에 내놓은 후 한국에서는 테스터 형식으로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한국에 정식출시되지 않았음에도 ‘가장 한국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웨이브는 어떤 수준의 AI스피커일까.
◆간단하지만 느린 초기 설정
가운데가 잘린 원뿔 혹은 상단이 좁은 원통형 스피커. 웨이브의 외관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음성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듯 상단에 위치한 6개의 ‘터치’ 버튼과 전면 2개의 물리버튼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조작도구도 없다.
전원을 켜자 웨이브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며 은은한 빛을 뿜었다. 이어 스마트폰에 설치된 클로바 앱과 연동되고 근처의 와이파이(WiFi)망에 연결됐다.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걸까 생각하며 “샐리야”라고 부르자 웨이브가 초록색으로 빛나며 응답대기상태에 들어갔다. 가장 간단한 질문인 내일의 날씨를 물었다. 웨이브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대답을 거부했다. 황당했다. “여긴 어디야”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로 대답하지 못했다. 영화 속 자비스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탓일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5분 후 웨이브가 ‘최신내용으로 업데이트한다’는 안내메시지와 함께 주황색으로 빛났다. 10분가량 시간이 흐른 후 업데이트를 완료한 웨이브에 난이도가 높은 질문을 던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지”라는 질문에 웨이브는 “두산백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은 문재인입니다”라는 대답을 내놨다.
전원을 연결하고 업데이트를 완료하는 등 사용에 앞서 초기 설정을 하는 데만 총 20여분이 걸렸다. 별도의 설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 |
◆검색 ‘만족’, 독창적 질문은 ‘글쎄’
본격적으로 웨이브의 능력 검증에 들어갔다. “샐리야 내일 날씨 알려줘”라고 하자 웨이브는 네이버날씨를 기반으로 예보를 전해줬다. 이튿날 비가 올 것이라는 웨이브의 대답에 “강수확률은?”이라고 말을 건넸다. 과연 적절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웨이브는 “강수확률은 오전 60%, 오후 80%입니다”라며 구체적으로 응답했다. 인간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번 더 해볼까라는 생각에 “미세먼지 농도는?”이라고 말하자 웨이브는 “미세먼지 농도는 하루종일 ‘좋음’ 상태를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날씨보다 빠른 정보변화도 탐색할 수 있을까. 우선 네이버의 현재 주가를 물었다. 웨이브는 약 2초 만에 “네이버의 현재주가는 78만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삼성전자는?”이라는 질문에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230만5000원입니다”라는 결과를 내놨다. 빠른 정보변화에 대한 물음에도 웨이브는 적절한 답변을 내놨다.
이번엔 더 어려운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배추 파종시기는 언제야?”라는 질문을 던졌다. 웨이브는 이전과 다르게 다소 당황한 듯 백색등을 켜며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웨이브는 자비스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5분이 지난 후 스마트폰으로 “배추의 파종시기는 봄배추 4월 중순, 가을배추 8월 중순입니다”라는 답변이 도착했다. 만족스런 답변은 아니었지만 아직 테스트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 훌륭하지만 차별성 미흡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TV리모컨 기능이었다. TV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웨이브를 연동시킨 후 “샐리야 TV 켜줘”라고 말하자 TV에 전원이 들어왔다. 퇴근 후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원하는 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편리했다.
문득 ‘비서 기능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들어 아침 알람을 설정해보기로 했다. 약 3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샐리야 내일 5시50분에 깨워줘”라고 말하자 웨이브는 “오전 5시50분에 알람을 설정할게요”라고 대답하며 일정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TV리모컨 기능이었다. TV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웨이브를 연동시킨 후 “샐리야 TV 켜줘”라고 말하자 TV에 전원이 들어왔다. 퇴근 후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원하는 방송을 시청할 수 있어 편리했다.
문득 ‘비서 기능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이 들어 아침 알람을 설정해보기로 했다. 약 3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샐리야 내일 5시50분에 깨워줘”라고 말하자 웨이브는 “오전 5시50분에 알람을 설정할게요”라고 대답하며 일정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아침 출근시간 동안 간밤의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오늘의 브리핑’ 기능은 제법 비서다웠다. 다만 브리핑 시 특정 언론사(YTN)의 정보만 청취할 수 있고 알람시간을 바꿔야 할 경우에는 스마트폰에 설치된 클로바 앱을 사용해야 하는 등 아직 완벽하지 못했다.
아쉬운 건 실생활과의 연동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과 자동차 추천 경로 검색에 대해서는 비교적 효과적인 결과를 보여줬지만 “근처 분식집 검색해줘”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네요”라며 검색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웨이브에 탑재된 리마인더가 어떤 기능인지 묻는 질문도 모른다고 답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웨이브는 자비스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영화와 달리 현실의 AI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차별성도 관건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AI스피커 가운데 가장 우수한 한국어 처리 기능을 갖췄다는 건 강점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차별화되기 어렵다. 조만간 벌어질 AI스피커 생존게임에서 웨이브가 승자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4호(2017년 9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