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경제 협력체 '팍스 실리카' 출범… '중국 배제' 본격화
한국·일본 등 8개국 참여… "신뢰 가능한 동맹국"
월가 자본 중국 유입 견제… 미 의회, 투자 제한 권한 확대
고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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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핵심광물 등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제안보 동맹 구상을 공식화하며 대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월가 자금이 중국 AI 기업으로 몰리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행보로 분석된다. 미 의회에서는 자국 자본이 중국 기술 발전에 활용되지 못하도록 규제안을 통과시키는 등 초당적인 대처도 감지된다.
미국 국무부는 11일(현지시간) 자국 주도로 8개국이 참여하는 경제 협력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국무부는 설명자료(팩트시트)를 통해 팍스 실리카가 "핵심광물과 에너지 투입재부터 첨단 제조, 반도체, AI 인프라, 물류에 이르기까지 안전하고 번영하며 혁신 주도적인 실리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팍스 실리카에서 '팍스'(pax)는 라틴어로 평화, 안정, 장기적 번영을 의미하고 '실리카'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료인 실리콘 정제 화합물을 뜻한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는 공급망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고 재편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이 구체화된 셈이다.
참여국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싱가포르·네덜란드·영국·이스라엘·아랍에미리트(UAE)·호주 등이다. 국무부는 이들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며 "글로벌 AI 공급망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본거지"라고 규정했다.
국무부의 팩트시트에는 '중국'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팍스 실리카 출범은 희토류 등 첨단산업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한 상황을 대응하겠다는 성격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무부는 "강압적 의존도를 줄이고 AI의 기초가 되는 소재와 역량을 보호하며 동맹국들이 대규모로 혁신적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협력 분야로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및 플랫폼 ▲프론티어 파운데이션 모델 ▲네트워크 인프라 ▲컴퓨팅·반도체 ▲첨단 제조 ▲물류·운송 ▲광물 정제·가공 ▲에너지 등이 제시됐다. 각국은 핵심광물과 반도체 설계·제조·패키징 등에서 공급망 취약성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제안보 동맹 형성 움직임은 최근 월가 자금이 중국 AI 기업으로 몰리는 흐름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중국 기술 기업들의 주식을 적극 매수하고 있다. 중국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탈(VC)들은 AI 투자를 염두에 두고 달러 표시 펀드를 조성하고 일부 미국 대학 기금들도 대중국 투자 재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가에서는 자국 자본이 중국으로 몰리는 추세를 우려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공산주의 중국의 침략 행위를 뒷받침하는 투자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연방하원은 2026년도 미 국방수권법안(NDAA)을 통과시켰다. 최종안에는 대통령에게 중국의 AI 및 군사 관련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중국의 기술 발전에 미국 자본이 활용되는 것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정책과제에 초당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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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