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S] 점점 꼬여가는 금호타이어 매각

채권단과 우선협상대상자 더블스타간 가격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꼬여버린 금호타이어 매각의 실타래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의 인수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매각 자체를 재검토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 쉽지않은 SPA 협상

금호타이어 매각은 지난달 더블스타가 가격조정을 요청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채권단의 매각 추진의지는 변함이 없어 보이지만 ‘졸속매각’을 의심하는 여론을 감안하면 가격을 조정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이점을 얻어내야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채권단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 금호타이어 매각관련 핵심실무진들을 중국에 파견해 더블스타와 가격협상에 임했다. 산업은행은 이틀간 진행된 협상에서 더블스타의 가격인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고용보장기간 연장과 영업손실 조항 삭제 등을 요구하며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합의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협상의 내용이나 진행 사안 등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며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여러 사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으며 차후 추가적인 논의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새로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내용을 협의하기에 앞서 상표권을 확정지은 것은 매각에 긍정적이다. 금호산업은 지난 1일 금호타이어 상표권 관련 채권단의 제시안을 수용키로 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요구했던 대로 5%의 요율로 20년간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호산업은 일부 사용조건을 추가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해당안을 전면 수용키로 방향을 바꿨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일부에서 발생한 오해와 혼선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기존 산업은행의 제시안을 전격 수용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커지는 ‘매각철회’ 여론… 정부 나설까

상표권 문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매각까지는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았다. 가격조정협상뿐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의 방위사업체 사전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동원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동원 기자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이 최선이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다른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해 처음 나온 정부 공직자의 발언이다. 업계에서는 방위사업체인 금호타이어 매각에 사전승인 권한이 있는 산업부가 금호타이어 매각에 영향력을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블스타에 매각이 어려움을 겪으며 일각에선 박삼구 회장의 인수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린다. 실제로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은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할 대책이 있다면 금호타이어를 품에 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터미널 등을 인수한 박 회장에게 자금력이 남아 있는지 의문을 갖는 시선이 많다. 채권단이 이번엔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에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자금마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앞서 그룹재건 과정에서 자금조달과정에 다양한 잡음이 나온 만큼 채권단은 박 회장이 제출할 자금조달계획을 더욱 철저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


'금호타이어 부실매각 저지' 광주공동대책위 결성 기자회견. /사진=공동대책위 제공
'금호타이어 부실매각 저지' 광주공동대책위 결성 기자회견. /사진=공동대책위 제공


매각이 지연되며 매각자체를 무효화하고 채권단 관리체제 안에서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1일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 부실 해외매각 저지 및 정상화를 위한 광주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금호타이어 매각보다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더블스타뿐 아니라 박삼구 회장의 인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가용자산을 다 소진했고 금호타이어를 정상적으로 인수할 자기자본이나 자금조달 능력이 없다"며 "박 회장이 무리한 자금조달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얼마 못가 회사가 다시 경영위기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일자리 창출과 지방분권 강화, 지역균형발전을 주장하는 문재인정부가 금호타이어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나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즉각 중단하고 정상화를 위해 책임있는 역할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