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세대 부모 밑에서 비교적 풍요로운 경제적 혜택을 누렸지만 냉혹한 현실 앞에 좌절한 세대. 최근 밀레니얼세대가 우리 사회 주 활동계층,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면서 주목받는다. 이들은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고객’ ‘소유보다 공유를 원하는 세대’ ‘재미와 보람을 추구하는 신인류’ 등으로 일컬어지며 이전 세대와 다른 행동양식을 보인다. <머니S>가 국내·외 밀레니얼세대의 현황, 그리고 그들의 공익활동 속 특징을 살펴봤다.<편집자주>


2000년 1월1일 서울 종각역. 제야의 종이 울리자 곳곳에선 ‘21세기가 시작됐다’는 기대에 찬 목소리와 ‘세상이 끝났다’는 종말론이 교차했다.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당시 20세(1980년생)가 됐거나 갓 태어난(2000년생) 이들은 새시대를 온몸으로 맞은 세대로 떠올랐다. 이른바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 Millennial Generation)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밀레니얼세대는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했고 30대에 들어선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이끌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연구기관들은 조만간 밀레니얼세대가 역동적인 경제활동으로 새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미국의 세대이론전문가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하우는 밀레니얼세대를 ‘위대한 세대’라고 소개한 바 있다.


반면 국내에선 밀레니얼세대의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다. 기성세대와 다른 특징을 지닌 세대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학계조차 혼란스러워 한다. 전세계 경제주도층으로 성장한 9200만명 밀레니얼세대를 주목하자.


[세상 바꾸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와 다른 '위대한 별종'


◆허리띠 졸라매는 부모와 다른 별종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X세대(1970년대생) 다음이어서 Y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세대를 나누는 뚜렷한 기준은 없지만 디지털기기, 인터넷과 함께 하는 생활에 익숙해 넷세대(Net Generation)로도 불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들은 눈을 뜬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과 생활한다. 부모가 된 후에도 유모차에 탄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틀어준다. 아이의 눈이 나빠진다고 TV도 멀리하던 부모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24시간이 디지털환경에 노출된 것이다.

디지털환경이 불러온 변화는 밀레니얼세대의 가치관도 확 바꿨다. 값비싼 명품을 휘감은 채 유명한 장소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프레임이다.


부유한 자산과 시간적 여유를 갖지 않아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안에 저장된 정보가 만족스러우면 삶의 만족도도 덩달아 올라간다. 타인과 공유하는 정보가 중요해진 탓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타인의 기준에 맞춘 ‘줏대 없는 세대’로 비난 받는 이유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소유욕이 없는 특성도 보인다. 남이 썼던 중고물품에 대한 거부감도 전혀 없다. 에어비앤비·우버 같은 공유경제가 밀레니얼세대에서 각광받는다.


[세상 바꾸는 밀레니얼 세대] 부모와 다른 '위대한 별종'


소비도 남다르다. 베이비붐세대가 가족부양이나 부의 축적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았다면 밀레니얼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소득의 절반 이상을 쓰기도 한다. 때론 소비가 과하더라도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삶의 중심이 온전히 자신이어서다.

물론 모르는 분야에선 도움을 받는다. 다만 사람이 아닌 디지털기기를 통해 배운다. 구입하려는 물건은 스마트폰에서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한 후 결정한다. 자신이 실물을 직접 보고 결정하는 적극적인 행동에 최근 유통업계 판매직원들의 판매방식도 섀도우(그림자처럼 따라다님)에서 망원경(멀리서 지켜봄)으로 바뀌었다.


밀레니얼세대가 소비 주도층으로 떠오른 지금, 한국은행이 ‘현금없는 사회’를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현상 때문이다. 밀레니얼세대의 지갑에는 지폐도 동전도 없다. 모바일에 저장한 카드로 온라인마켓에서 쉽게 결제하고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누구보다 빠르게 배송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얼세대는 혼밥을 즐기며 공유경제를 선호하는 독특한 소비패턴을 보인다”며 “빅데이터 분석으로 다양한 소비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신소비층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먹고 살기 힘든 사회, 인식 변해야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고 넓은 식견을 갖춘 밀레니얼세대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정의되기 어려운 것은 이들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오랜 저성장 기조가에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최첨단 기술은 더 확대됐다. 실력만 있으면 창업으로 자수성가할 수 있던 환경은 축소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부모세대보다 일자리가 줄어 더 많이 공부하고도 취업난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세대로 전락했다.

기성세대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터라 저성장 기조의 어려운 현실을 묵묵히 이겨낼 노하우가 생겼지만 사회의 좁은 문틈에 낀 밀레니얼세대는 ‘노력해도 제자리’라는 절망감을 안고 산다.

결혼한 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캥거루족', 아예 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 '니트족'도 밀레니얼세대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등장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밀레니얼세대는 이제 막 경제활동 인구에 진입하거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 소득과 소비가 대폭 늘어나는 세대가 된 것이다. 이들의 절망은 벌써부터 국가 경쟁력을 위축시키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밀레니얼세대가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전문가들은 밀레니얼세대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후준비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보다 현실을 즐기고 여행으로 경험을 쌓자’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연구에선 밀레니얼세대의 현재지향적인 소비가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포기와 체념에 따른 반작용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레니얼세대가 ‘N포세대’, ‘다포세대’라고 불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밀레니얼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를 넘어 내집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건강, 외모까지 총 9가지를 포기한 9포세대라고 불린다”며 “대다수 젊은이가 장기간에 걸쳐 공유하는 좌절과 무력감이 가시화된 것으로 이들이 속한 집단과 기업, 나아가 정부가 이를 해소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