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자료사진=뉴시스
사무장병원. /자료사진=뉴시스

의사 명의를 빌려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거나 병원을 이중개설해 요양·의료급여 등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로 사무장과 의사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요양병원 사무장 역할을 한 비의료인 50대 A씨를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명의를 빌려준 의사 B씨와 C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병원을 이중개설한 의사 D씨와 E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10월쯤 병원을 세울 만 한 여력이 되지 않는 의사 B씨에게 접근, B씨의 명의를 빌려 경기 용인시에 요양병원을 세우고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급여 명목으로 225억여원, 보험료 21억7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5년 9월쯤 다른 의사 C씨의 명의를 빌려 용인시에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급여로 66억1000여만원을, 보험료로 4억9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범행을 들키지 않기 위해 B씨와 C씨에게도 병원에 지분을 투자하도록 권유했다. A씨는 2개 병원에 총 12억9000여만원을, B씨는 5억5000여만원을, C씨는 6억여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B씨와 C씨의 투자금은 모두 대출받은 돈이었다.

A씨는 의사들과 처음에 작성한 동업계약서를 폐기하고 금전대차약정서를 작성했다. 자신이 병원에 지분 투자를 한 것이 아니라 바지 병원장인 B씨와 C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방법으로 의료급여·보험료 등 수익금을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받는 것처럼 속일 수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범행 발각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 조치에 대비하기 위해 예금 4억원, 보험금 6억원 등 총 10억여원을 해지해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여 명목으로 병원 돈 1000여만원을 챙기거나 부인을 병원 직원으로 위장해 월 450만원을 챙기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불법 사무장 병원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돌입했으며, 지난 1일 A씨를 구속했다. 아울러 의사 명의를 빌려 서울 도봉구에 병원을 이중개설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104억원을 받아 챙긴 D씨와 명의를 빌려준 E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명의를 빌려준 의사에게도 대출금으로 투자를 하게 해 동업 병원인 것처럼 위장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병원 개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과 보유지분 등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