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5000만잔. 지난 한해 동안 우리 국민이 마신 커피량이다. 아침에 한잔, 식후 한잔, 피곤해서 한잔. 언젠가부터 커피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야말로 ‘커피공화국‘이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커피시장을 집중 분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진 규모 못지 않게 달라진 커피트렌드를 따라가 봤다. 1999년을 기점으로 우후죽순 생긴 커피 프랜차이즈의 흥망성쇠를 살펴보고 커피 명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바리스타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봤다. 커피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고 언제, 얼마나, 어떻게 마시는 게 좋은지 꼼꼼히 살펴봤다.<편집자주>


[커피공화국] 망하는 가게, 흥하는 가게

국내 커피전문점은 1999년 이대 앞 스타벅스 1호점 개점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중반 SBS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영향으로 로스팅 커피, 핸드드립 커피가 유행했고 카페베네 등 토종 커피브랜드가 전국에 1000개 매장을 오픈하는 등 커피시장을 재패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경기불황이 지속된 가운데 1세대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까다로워지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 채 위기에 내몰렸다. 반면 스타벅스 등 대형브랜드와 이디야 등 중저가브랜드가 국내 커피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카페베네 매장. /사진제공=카페베네
카페베네 매장. /사진제공=카페베네

◆1세대 토종브랜드의 우울한 현주소

지난 7월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때 카페베네로 토종 커피브랜드의 성공 신화를 쓴 ‘커피왕’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당시 그는 디저트카페 ‘망고식스’의 심각한 경영난으로 금전적인 어려움에 빠져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였다.


강 대표의 비극적 결말은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경영인 1세대의 우울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고 강훈 대표와 인연이 깊은 카페베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2008년 문을 연 카페베네는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렸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2013년 1000호점을 달성했으나 2015년 14.6%의 폐점률을 기록한 뒤 지금은 700여개에서 멈춰섰다.

카페베네의 매출액은 2014년 1421억원, 2015년 1210억원, 지난해 818억원으로 해마다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9억원, 114억원, 133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엔 해외투자 및 계열사 손실이 겹치며 3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누적적자는 558억원으로 자본금 432억원을 웃돌았다.


자본총계마저 마이너스(148억원)로 돌아서면서 카페베네는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결국 카페베네 창업주인 김선권 대표는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올해 카페베네는 위기극복을 위해 연초부터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최근에는 운영자금 12억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탐앤탐스도 상황이 좋지 않다. 탐앤탐스는 지난해 2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탐앤탐스가 적자를 기록한 건 2007년 이후 9년 만이다. 할리스커피는 IMM PE로 주인이 바뀌면서 실적이 개선됐지만 매각이 번번이 무산돼 여전히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다. 이밖에 드롭탑(2016년 -20억원), 커핀그루나루(2015년 -9억원) 등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1세대 커피전문점이 줄줄이 손실을 낸 것은 무리한 사업확장, 커피맛 차별화 실패, 과열경쟁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신규가맹점 확대에만 의존한 수익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신규가맹점에 요구하는 인테리어비용, 설비비용, 가맹비 등은 커피 프랜차이즈의 주요 매출원이지만 폐점률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초기 투자비용을 많이 들인 가맹점주로선 계약기간 동안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재계약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규가맹점에 의존하는 구조는 ‘모 아니면 도’ 식의 전략인 셈이다.

여기에 음식점·제과점 등 잇따른 영역확장으로 기존 사업을 등한시하면서 ‘커피가 맛없다’는 이미지까지 덧입혀졌다. 이는 중저가 커피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원인이 됐다.


재정적 기반이 있는 스타벅스(신세계), 투썸플레이스(CJ), 엔제리너스(롯데), 파스쿠찌(SPC), 폴바셋(매일유업) 등과의 자본력 싸움에서도 밀리는 형국이다.


/사진=뉴시스 조종원 기자
/사진=뉴시스 조종원 기자
이디야 매장. /사진=머니투데이 DB
이디야 매장. /사진=머니투데이 DB
[커피공화국] 망하는 가게, 흥하는 가게

◆대형업체·중저가브랜드, 국내시장 양분

현재 성장세를 보이는 커피 프랜차이즈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업체와 저가 커피브랜드들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은 프리미엄브랜드 이미지, 표준화된 서비스와 맛, 편리함 등을 중시하는 수요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스타벅스는 지난해 1조원 매출, 1000호점을 돌파하며 고성장을 이어갔다. 국내 커피전문점이 매출 1조원 클럽에 입성한 것은 스타벅스가 처음이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는 케이크·초콜릿·마카롱 등 ‘디저트카페’를 지향하며 디저트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투썸플레이스의 매장은 현재 800개가 넘는다. 매일유업의 폴바셋은 점포확장보다는 내실 쌓기에 주력한다. 매장 수는 적지만 지난해 65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484억원)대비 34.9%의 성장세를 보였다.

경기침체로 저렴한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중저가브랜드도 급성장하는 추세다. 중저가 브랜드 중에서는 2000∼3000원대 메뉴를 주력으로 내세운 이디야커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디야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점포 수 2000개를 돌파하며 국내 커피전문점 중 가장 많은 매장 수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매년 10∼20%씩 늘었다. 지난해 이디야의 매출은 1535억원으로 전년대비 13.3% 증가했다. 반면 폐점률은 1~2%에 그쳤다. 동종 커피프랜차이즈업계 중 최저치다. 이디야의 성공비결은 가성비 경쟁력, 가맹점주와의 상생전략에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이 포화상태인 현 상황에서는 아무리 저가를 내세워도 차별화와 가맹점 관리역량이 담보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커피 트렌드는 가격만 저렴한 ‘싸구려 커피’가 아닌 가격과 품질을 모두 아우르는 ‘가성비’로 요약된다”며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입맛은 날로 고급화돼 올해도 가성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